사용기한 지난 약 처방한 한의사에…法 “자격정지 적법”

45일 자격 정지 유효 판결
“주의의무 위반 가볍지 않아”

 

사용기한이 한 달 지난 의약품을 환자에게 처방한 한의사에 대해 내려진 자격정지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의료인이 의약품 사용기한을 확인할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봤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한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가 재처분으로 내린 자격정지 1개월 15일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22년 11월 사용기한이 한 달 지난 의약품을 환자에게 처방했고, 해당 사실은 환자의 신고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의료법상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당초 3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가 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은 2024년 11월 “위반 행위의 내용에 비해 제재가 과중하다”며 처분을 취소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재처분 절차를 거쳐 자격정지 기간을 절반으로 줄여 다시 처분했고, A씨는 이에 대해서도 불복해 소송을 냈다.

 

A씨는 사용기한이 다소 지난 의약품을 교부한 것은 단순한 관리상 부주의에 불과하며 중대한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약품은 환자에게 처방·교부될 당시 이미 사용기한이 한 달 지난 상태였고 제조일로부터 3년 이상 경과한 약품이었다”며 “환자는 의약품 선택과 사용에 있어 의료인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환자가 스스로 사용기한 도과 사실을 발견해 복용하지 않았을 뿐 의료인이 선제적으로 회수하거나 자진 신고한 사정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환자에게 교부하기 전 사용기한을 확인했다면 위반행위는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다”며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 의료 질서 확립이라는 공익이 A씨의 개인적 불이익보다 작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의료인의 주의의무 위반이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독립적인 제재 사유가 될 수 있음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한편 식품에 비해 의약품의 유통기한과 보관 방법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약업계는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보관 상태가 부적절한 약은 약효가 감소하고 일부 품목의 경우 변질로 인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조제된 약은 습기와 공기를 차단해 보관하더라도 장기간 복용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포지로 포장된 조제약 역시 공기가 내부로 침투해 산화가 진행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약효가 떨어질 수 있다. 유통기한이 남아 있더라도 고온·고습 환경이나 부적절한 보관은 약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의약품의 유통기한은 주성분이 표시량의 90% 이상 유지되는 기간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한이 막 지난 약은 외관상 변질이 없다면 즉각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안약, 비강 스프레이, 연고 등은 개봉 이후 미생물 오염이나 화학적 분해 가능성이 높아 유통기한 경과 시 부작용 위험이 커진다.

 

안약은 개봉 후 1개월 사용을 권장하며 1회용 제품은 유통기한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영양제는 미개봉 상태에서 통상 1년간 보관이 가능하다. 조제된 알약은 약 2개월, 가루약과 시럽약은 1개월 내 복용이 권장되며 일부 시럽제는 조제 후 2주로 유효기간이 더 짧다.

 

약을 냉동실에 보관하는 행위도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의약품은 0도 이하 환경에서 비가역적으로 분해될 수 있어 일반적으로 2도에서 8도 사이의 냉장 보관이 권장된다. 냉장고 내부의 높은 습도와 온도 변화 역시 약의 변질을 촉진할 수 있다.

 

약품 특성에 따라 보관과 사용 기한이 달라지는 만큼 복약 상담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공통된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