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증원 논의 영향?…법관 명예퇴직 최근 5년 내 최저

대법관 증원 논의 속 ‘퇴직 관망’ 분위기
변호사 시장 경쟁 심화도 영향 분석

 

올해 상반기 명예퇴직을 선택한 법관 수가 최근 5년 사이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서는 대법관 정원 확대 논의와 변호사 시장 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8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명예퇴직한 법관은 모두 35명으로 집계됐다. 법관 명예퇴직은 통상 매년 상반기 한 차례 실시된다.

 

최근 수년간과 비교하면 올해 수치는 눈에 띄게 낮다. 명예퇴직자는 2022년 51명, 2023년 42명, 2024년 57명, 2025년 55명이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크게 줄어 최근 5년 중 가장 적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보다 20명 감소해 감소 폭도 가장 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대법관 증원 논의를 거론한다.

 

앞서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는 이른바 ‘사법개혁 3법’ 가운데 하나로 대법관 정원을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안이 의결됐다. 법률이 공포된 뒤 2년 후부터 3년 동안 매년 4명씩 대법관이 늘어나게 되며 이재명 대통령 임기 안에만 총 22명이 새로 임명될 전망이다.

 

대법관 증원 논의는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본격화됐다. 이후 입법 절차가 이어지면서 법조계 내부에서도 관련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일부에서는 중견 법관들 사이에서 대법관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넓어졌다는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명예퇴직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가 생겼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형 로펌 시장에서 대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며 “대법관 자리가 크게 늘어날 경우 중견 법관들 사이에서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명예퇴직 감소를 단순히 대법관 증원 기대감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몇 년 사이 변호사 수가 크게 늘면서 법률 시장 경쟁이 심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형 로펌에서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이나 대법원 근무 경력을 가진 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반면 일반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에 대한 수요는 예전보다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변호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견 법관들이 명예퇴직을 선택할 유인이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여기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추진해 온 중견 법관 이탈 방지 정책 역시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법관 증원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이 지난해인 만큼 그 영향을 받은 판사들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명예퇴직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변화인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