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피고인에게 보낸 소환장에 공판기일이 잘못 기재돼 피고인이 재판에 출석하지 못한 상태에서 판결이 선고됐다면 절차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 경우 형사소송법이 정한 불출석 재판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9월 전남 순천의 한 카페에서 피해자 B씨에게 생활비가 필요하다며 돈을 빌린 뒤 갚지 않는 방식으로 금전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씨가 2022년 8월까지 약 4년 동안 80차례에 걸쳐 총 3억9600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판단했다.
수사 결과 A씨는 당시 채무가 많고 별다른 자금이 없어 돈을 빌리더라도 정상적으로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 법원은 이러한 범행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장기간 피해자와의 신뢰 관계를 이용해 금전을 받아냈고 일부 자금은 주식 투자 등에 사용되는 등 범행 경위와 결과가 좋지 않다”며 “피해자가 용서를 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A씨는 항소했으나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해 원심 형량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피고인 소환 절차에 문제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기록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8월 20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는 출석했다. 당시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같은 해 9월 24일로 지정하면서 피고인에게 출석을 명령했다.
이후 A씨가 두 번째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자 법원은 기일을 연기하고 세 번째 공판기일을 정해 소환장을 발송했다. 그러나 A씨는 세 번째 공판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았고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365조에 따라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해 항소 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형사소송법 제365조는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다시 기일을 정해 소환하고, 그럼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피고인의 진술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피고인에게 전달된 소환장의 기재 내용이었다. A씨가 받은 소환장에는 실제 세 번째 공판기일이 아니라 두 번째 공판기일의 날짜가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한 방식으로 피고인 소환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 같은 절차 위반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A씨에 대한 소환장 송달이 유효하다고 보고 형사소송법 제365조에 따라 A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공판기일을 열어 판결을 선고했다”며 “이를 지적하는 A씨의 상고이유는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항소심이 형사소송법 제365조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려면 피고인이 두 차례 연속으로 적법한 공판기일 통지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도 그동안 소환장 송달이나 그와 동일한 효력이 있는 방식이 아닌 전화나 문자 등 사실상 통지만으로는 적법한 소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왔다”며 “이러한 방식에 기초해 진행된 불출석 재판은 절차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