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기밀 법무법인에 넘긴 혐의 경찰들, 첫 재판서 일부 혐의 부인

공무상비밀누설 성립 여부 쟁점…
‘비밀성·누설·고의’ 판단 관건

 

부산의 한 법무법인에 수사 관련 기밀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들이 첫 공판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부산지법 형사5단독 김현석 부장판사는 9일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4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고 사건 심리를 시작했다.

 

검찰은 이들이 2021년 2월부터 2024년 3월 사이 여러 차례에 걸쳐 부산 소재 A 법무법인에 수사 정보를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해당 법무법인에는 퇴직 경찰관 2명이 사무장으로 근무하고 있었으며 피고인들은 수배 여부와 공범 진술 내용, 구속영장 신청 계획 등 수사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기밀을 외부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 가운데 50대 경찰관 B씨와 40대 경찰관 C씨 측은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B씨 측 변호인은 “마약 범죄 피의자에 대한 간이 마약 반응 검사 결과를 법무법인 측에 제공한 사실이 없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설령 해당 자료가 전달됐다고 하더라도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 역시 위법하게 수집된 것이라는 점을 함께 지적했다.

 

C씨 측 역시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검찰은 C씨가 강간 사건 피의자에게 A 법무법인의 명함을 건네는 등 사건을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으나, C씨 측은 “피의자에게 해당 법무법인을 소개하거나 명함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2명의 피고인은 검찰 측에 증거 보완을 요청한 뒤 다음 기일에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형법 제127조가 규정한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수사 정보가 실제로 외부에 누설됐는지 여부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수사 진행 과정에서 알게 된 기밀을 외부 법무법인에 전달했다고 보고 있는 반면, 피고인 측은 해당 정보가 비밀에 해당하지 않거나 전달 사실 자체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이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공무상 비밀은 반드시 ‘대외비’ 등 형식적으로 지정된 정보에 한정되지 않고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으며 실질적인 보호 가치가 있는 정보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된다.

 

대법원도 공무상비밀누설죄의 구성요건에 대해 “공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되었거나 분류된 사항에 한정되지 않고, 객관적·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으로서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누설’이란 비밀을 아직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임의로 알려주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밝혔다(대법원 2021도11924 판결).

 

또한 대법원은 “공무원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직무집행과 관련해 다른 공무원에게 전달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무상비밀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사건처럼 수사 정보가 외부 법무법인에 전달된 경우라면 누설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피고인들에게 비밀 누설의 고의가 있었는지가 재판의 주요 판단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간이 마약 반응 검사 결과와 같은 개별 정보가 수사 기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수사 정보를 전달받은 것으로 지목된 A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D씨와 E씨는 지난해 8월 이미 기소돼 별도로 재판을 받고 있다. 두 변호사는 수사 정보 제공과 관련된 사실 자체는 인정한 상태다.

 

다만 D씨는 압수수색 등을 통해 검찰이 확보한 증거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집된 것이 아니라며 증거능력을 문제 삼고 있어 재판 과정에서 관련 법적 다툼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사건의 다음 공판은 오는 4월 6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