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승강기 기업 쉰들러(Schindler)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에서 정부가 승소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이날 오전 2시 3분 PCA 국제상설중재재판소 중재판정부가 쉰들러 측이 제기한 모든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판정으로 쉰들러가 요구했던 약 32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는 전부 기각됐다. 중재 절차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지출한 비용 약 96억 원도 쉰들러 측이 부담하게 됐다.
이번 분쟁은 쉰들러가 2018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S)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ISDS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 대상 국가가 투자협정(FTA나 양자투자협정 등)을 위반해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할 경우 국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일반적인 국내 법원 소송과 달리 중립적인 국제 중재판정부가 사건을 심리하고 국가가 패소하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의 중재 절차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PCA(국제상설중재재판소)에서 진행됐다. PCA는 분쟁을 직접 판결하는 법원이라기보다 중재 절차를 운영하고 지원하는 국제기구로, 실제 판단은 사건별로 구성된 중재판정부가 내린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로, 2013년부터 2015년 사이 유상증자와 콜옵션 양도 문제 등을 둘러싸고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쉰들러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당시 상황에서 적절한 규제와 감독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정부 대응으로 자신들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가치가 하락해 약 5000억 원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후 국제중재 과정에서 배상 요구액은 약 3200억 원 수준으로 조정됐다.
그러나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 기관의 조치가 투자협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중재판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의 조사와 심사가 법적 권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합리적인 조치였다고 봤다. 또 이러한 대응이 자의적이거나 특정 투자자를 차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쉰들러가 주장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모든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판정은 “주주로서 손해를 봤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국가가 배상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국제투자협정 위반이 인정되려면 국가의 규제나 행정 조치가 자의적이거나 차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등이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
정 장관은 “해외 투자자가 국내 기업의 경영권 분쟁이나 주주 간 갈등을 국가 책임 문제로 확대해 ISDS로 제기하려는 시도가 앞으로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정은 정부가 공익적 목적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사한 규제 권한이 국제법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며 “주주 간 사적 분쟁과 국가 간 투자 분쟁을 구분해 국고 유출을 막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론스타와 엘리엇 사건에 이어 이번 사건에서도 승소하면서 우리 정부의 ISDS 대응 역량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익 보호를 위해 국제 투자 분쟁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