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법·알·못 상담소’에서는 ‘집행유예’를 둘러싼 질문들 중 세 가지를 추려서 하나씩 자세하게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형사사건에서 자주 언급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잘못 이해하고 계시는 제도가 바로 집행유예입니다. 판결문에는 단 몇 줄로 적혀있지만, 실무에서는 집행유예 결격, 취소 등과 관련하여 헷갈릴 만한 부분이 매우 많습니다. 가급적 이해하시기 쉽도록 예를 들어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고자 하니, 이번 내용이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편히 연락주세요. Q. 변호사님, 저는 예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그때 기소되지 않았던 추가 건이 이제야 불거졌습니다. 집행유예 기간 중에는 다시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다고 들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무조건 실형이 선고되는 건가요? A. 제가 상담을 하다 보면 “변호사님, 집행유예는 평생 한 번만 가능하다는데 사실인가요?”라는 질문을 생각보다 많이 받습니다. 저도 왜 이런 잘못된 정보가 퍼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집행유예가 평생 한 번만 가능한 제도라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먼저 집행유예의 개념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집행유예란 피고인에게 형을 선고하
형사 사건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는 가장 강력한 양형 요소다. 거의 모든 범죄 유형의 양형 기준에 처벌불원과 피해 회복 항목이 포함된다. 억울하게 피고인이 되어 끝까지 결백을 다투는 경우에도 만일을 대비하여 ‘도의적인 합의’ 라는 카드를 고려할 정도다.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합의만이 최선이다. 그렇지만 합의는 ‘돈’만으로 풀어낼 수 없는 영역이다. 흔히 ‘합의금이 부족해서 합의가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 하지만 실제 여러 합의를 진행 해 본 결과 합의금이 절대적 요인이 아닐 때가 훨씬 많다. 합의금은 일정 수준만 맞춰지면 되고, 피해자의 감정과 합의 요청 방식, 합의 시기가 더욱 중요하다. 그렇다면 합의는 어떻게 해 야 할까? 우선 어떤 사건인지 파악해야 한다. 사건의 종류에 따라 합의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기·횡령 등 단순 재산범죄의 경우에는 일정 수준의 합의금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 피해자가 원하는 것도 오로지 금전적 회복이다. 형사합의만 진행할 경우에도 피해자의 민사상 청구권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형사합의금으로 손해를 보전받는 것이 가장 빠르고 간편한(그리고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점은 피해자가 더 잘
경제 범죄 수사는 감정이 아니라 숫자와 기록, 즉 객관적 자료에 달렸다. 성범죄처럼 진술의 신빙성으로 결과가 갈리는 사건과 달리, 계약서·계좌 내역·전자정보가 사실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건 초기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찰에서 오랜 기간 수사·공판에 참여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조언 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모든 거래 기록을 신속하게 확보하는 것 이다. 계좌와 카드 내역, 세금 및 계약 관련 자료, 영수증, 각종 전자 문서, 이메일·메신저 기록까지 가능한 한 모두 수집해야 한다. 원본은 안전하게 보존하고, 사본은 변호인과 함께 검토할 수 있도록 정리한다. 특히 전자정보는 삭제·편집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이미지화해 보관해야 한다. 수정된 흔적이 발견되어 조작 의심이 생기는 순간 증거의 증명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자료 정리가 끝났다면, 사건의 흐름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수사기관은 특정 행위가 발생한 전후의 정황을 통해 혐의를 판단하기 때문에 타임라인이 명확할수록 진술의 신빙성이 높아진다. 사건에 관여한 경위, 자금과 자료의 흐름, 각 관계자의 역할을 시간
Q1. 안녕하세요.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성 관련 사건은 대부분 신상정보등록·제출 의무가 부과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예를 들어 징역 7년에 정보등록·제출 의무 5년을 선고받았다면, 출소 후 5년이 경과한 시점에 등록·제출 의무가 소멸되는 걸까요? 저 같은 경우 판결문에 “성폭력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제45조 제4항에 따라 선고형에 따른 기간보다 더 단기의 기간이므로 신상정보등록 기간을 정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되므로 신상정보등록 기간을 단축하지 아니하기로 한다”라고 판시되어 있는데, 이 말이 ‘실형이 등록제출 의무 기간보다 많으니 굳이 등록 의무 기간을 깎아줘도 의미가 없다’는 뜻인 걸까요? A1. 성범죄 사건에서 선고되는 신상정보등록·제출 의무 기간은 ‘출소 후부터’가 아니라 ‘형이 확정된 날부터’ 계산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서 징역 7년에 신상정보등록 5년이 함께 선고된 경우라면, 등록 기간이 출소 이후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복역 기간과 동시에 흘러가게 됩니다. 즉 7년 실형을 모두 복역하고 출소하는 시점에는 이미 등록 의무 기간 5년도 함께 지나있기 때문에, 출소 후에는 추가 등록 의무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질문자님이 받은 판결문에 적힌 “
이번 ‘법·알·못 상담소’에서는 수사나 재판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쟁점은 아니지만, 의뢰인들이 답답함을 느끼시고 자주 궁금해하시는 실무적인 질문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수사나 재판이라는 큰 틀과는 별개로 사건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여러 불편이 오히려 더 크게 다가오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는 형사사건이 법정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생활 전반과 긴밀히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의문들을 실제 절차와 함께 정리해 보았으니 <더시사법률> 독자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저는 최근 형사 재판을 받고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큰 지출이 있어 지금 당장은 벌금을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벌금을 바로 내지 않으면 바로 구속되는 건가요? A. 일단 벌금형을 선고받았더라도 판결이 바로 확정되는 건 아니라는 말씀부터 드려야겠습니다. 판결 선고 후 1주일의 항소 기간이 있으며, 기간 내 항소하지 않으면 그때서야 비로소 판결이 확정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판결 확정 이후에 검찰로부터 벌금 납부 통지를 받게 되는데요. 그때부터는 30일 이내에 벌금을 납부해야 하고, 이 기한 내에 납부하
2024년 10월 13일 교도소 수감 중 근무자로부터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며칠을 넋 나간 사람처럼 지낸 나는 내 모습을 보며 과거를 뒤돌아보게 되었다. ‘사람이 죽으면 모든 게 다 끝이 난다’ 그렇 게 믿으며 단순하게 살아왔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생각이 달라졌다. 사람은 죽어도 끝난 게 아니었다. 지금도 아버지께서는 내 기억 속에, 내 가슴속에 살아계신다. 가족들은 아버지 무덤 앞에 가서 울며 그리워했다고 했다. 만약 내가 죽으면 누가 있어 내 무덤 앞에서 울어주고, 슬퍼해 주지? 생각나는 건 연로하신 어머니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슬픈 일이다. 과연 내가 죽고나면 내 무덤 은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절로 들었다. 전처럼 살다가 친구처럼, 지인처럼 마약 과다 복용으로 심장 쇼크가 와서 사망한다면 나는 어찌 될까? 어둡고 캄캄한 곳에서 찾아오는 사람 한 명 없이 홀로 외로이 그리움과 고독에 지쳐 쓰러져 있겠지. 지금의 현실이 그렇게 될 거라고 말하는 것 같다. 생각하면 할수록 끔찍하고 무서운 일이다. 그때의 삶은 사람이 사는 삶이 아니었다. 마약의 노예…. 보통 사람의 삶은 기대할 수 없었다. 너무나 안타까운 시간과 세월
To. 내 동생 지니 안녕하세요. 늘 신문을 구독만 하다가 오늘은 용기 내어 편지를 써봅니다. 저와 제 여동생은 두 살 터울입니다. 동생이 늘 제게 없어지지만 말아달라고 했는데, 울면서 저를 만류했는데 끝내 저는 범법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저의 그리움과 미안함을 동생에게 전할 방법이 없어 이렇게 편지로나마 제 진심을 담아봅니다. 네 얼굴을 보지 못한 지도 어느새 2년 가까이 흘렀어. 내가 구속된 이후로는 한 번도 못 봤으니까 기간이 정확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치? 평생 10대일 것만 같았던 우리가 벌써 20대의 끝자락에 서있네. 나는 지난 9월에 생일이 지나서 이제 30대에 진입하게 되었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어떤 변화들이 네 삶에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그렇지만 내가 무슨 염치로 너에게 먼저 연락 하겠어? 곁에서 그저 없어지지만 말아달라는 너의 부탁 하나 지키지 못한 못난 오빠일 뿐인데. 서울에서 함께 자취하며 공부하고, 둘이서 해외여행도 다니고. 평범한 남매라고 하기에 우린 참 사이가 좋았는데 말이야. 이제 9개월 후면 나는 이곳을 나가 사회로 복귀하게 될 거야. 너의 가장 찬란했을 시기를 함께해
To. 나의 하나뿐인 와이프 황공주에게 안녕하십니까. 평소 <더시사법률>의 품36.5 코너를 즐겨 보며 많은 위로를 받아왔습니다. 최근 비슷한 사연을 읽다가 용기를 얻어, 저 또한 마음을 담아 편지 형식으로 글을 보내봅니다. 저는 최근 수원구치소에서 3개월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집행유예로 출소한 지 이틀째 되는 사람입니다. 같은 구치소에서 생활하던, 결혼을 약속한 사람을 먼저 두고 나오니 마음이 편치 않아 이 글을 통해 제 진심이 조금이라도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To. 나의 전부에게 애기야, 널 위해서라면 오빠가 못 할 게 없다 는걸 이번에 더 느꼈어. 처음 겪는 수감 생활 속에서도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더 깊이 깨닫는 시간이었어. 이 코너를 통해 이 편지가 너에게 닿기를,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할게. 너에게 이 편지가 감동과,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 좋은 말 한마디를 마음에 담고 하루를 보내면 시간이 조금은 빨리 가는 것 같더라. 그걸 내가 느껴봤기 때문에 이렇게 너에게도 전하고 싶어. 오빠는 너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매일매일 바라면서 지냈고, 너도 오빠가 집행유예로 나갈 수 있기를
형사사건을 오래 다루다 보면 한 가지 사실에 자주 생각이 머문다. '사람은 반드시 나쁜 마음을 품고 범행을 저질러야만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세심한 계획과 고의가 결합된 범죄도 존재한다. 그러나 내가 재판정에서 실제로 마주해 온 다수의 피고인은 악의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삶의 어느 지점이 미세하게 어긋났을 뿐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다가 어느 순간 예상하지 못했던 선택을 했고, 그 작은 균열이 커다란 사건으로 이 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판사로 재직하던 시절, 나는 법정에서 피고인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많았다. 그들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 그 이야기 속에는 수십 년 의 삶이 녹아있었겠지만 - 그 삶 을 온전히 들을 기회는 거의 없었다. 판사의 역할은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증거의 신빙성과 진술의 일관성을 검토하고 그 결과를 법적으로 분류하는 일에 가깝다. “이 사람이 어떤 이유와 과정을 거쳐 지금 여기에 서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은 마음속에만 남아있었다. 재판부의 임무는 결국 사건의 ‘사정’보다는 행위의 위법성과 책임을 엄정하게 판단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