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을 향한 사회적 책임과 태도

출소자의 재사회화는 사회의 책임
소년범의 건강한 사회 복귀 도와야

 

조진웅 배우가 소년범이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이 그에게 돌을 던지고 있다. 마녀사냥과 다름없는 여론 몰이를 보면서 사람들은 왜 이리도 가혹하고 세상은 왜 이토록 냉정한가 싶어 마음이 아프다.

 

나는 1992년 1월 당시 천안소년교도소(현재는 ‘천안교도소’)에 9급 교도관으로 임용되면서 교도관 생활을 시작해, 30년 중 17년을 소년수용자들과 함께 보냈다.

 

소년교도소에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찾아와 소년수들의 상처받고 비뚤어진 마음을 다독였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의 성직자들은 신앙을 바탕으로 교화·개선을 도모하고, 심리치료·음악치료·미술치료 전문가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소년수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교정기관에서도 수용자들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이러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당시 천안교도소에는 지역 대학교의 교수 한 분이 매주 교도소를 방문해 소년수들의 연극 지도를 하고 있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정성껏 연극반 수용자들을 지도해 천안시민회관에서 공연을 열기도 했다. 연극을 통해 소년 수용자들의 마음을 치료했던 조동희 교수님의 이야기다. 그의 소탈한 성격과 인자한 웃음을 통해 많은 소년수들이 새 삶을 살게 되었다.

 

천안교도소 수용사동 앞 운동장에 무대를 꾸미고 지역 주민들을 교도소 안으로 초청해 소년수들의 연극을 올린 적도 있었다. 수백 명의 민간인이 교도소 정문 네 개를 지나 수용사동 앞 운동장으로 들어왔던 날이다. 당시 연극을 주최한 사람들의 의도는 분명했다. 청소년 수용자들에게는 재사회화를 배우고 새 삶을 꿈꿀 희망의 불씨를 지피기 위함이었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소년범들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함이었다.

 

청소년 시기에는 무리에 휩쓸려 일탈에 빠지기 쉽고, 성숙하지 못한 가치관으로 평생 씻기 어려운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출소 후 결국 사회로 복귀해야 하고, 재사회화에 실패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간다. 실제로 소년원–소년교도소–성인교도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지 못해 중범죄인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교정정책의 대부분이 재범 방지 프로그램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조진웅 배우처럼 소년원 출소 후 바른 길로 돌아서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정착한 사례는 교도관의 시각에서 보면 매우 고맙고 뿌듯하다. 그는 보호처분 종료 후 모범적으로 사회에 안착한 인물이고, 이러한 사례는 현재 수용 중인 소년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모범 사례가 된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소년교도소 출소 후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공무원 생활을 성실하게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최근의 논란을 보며, 출소자들은 도대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 묻게 된다. 그들이 사회의 시선과 압력에 견디지 못해 재사회화에 실패하고 다시 범죄의 길로 내몰리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출소자의 재사회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과거를 이유로 현재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한다면 그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고 사회적 손실도 커진다. 이제는 과거의 그림자로 그 사람을 몰아붙이기보다, 한 사람의 변화와 성장을 지켜볼 여유와 책임을 우리 사회가 함께 나눠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