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하다', '내 사건에 관심이 없고 잘 안 챙기는 것 같다', '열심히 안 한다', '연락도 안 된다', '처음 선임할 때와 선임한 이후가 너무 다르다'. 사람들로부터 변호사에 대한 불만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이런 문제들이 변호사의 성의와 품성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직접 변호사가 되어보니 이 문제들은 상당부분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물론 예외도 적지 않으니, 모든 경우를 일반화하는 것은 아님을 밝혀 둔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로펌에서 파트너 변호사들은 수임료를 받으면 로펌에 일부를 낸다. 이 돈으로 로펌은 어쏘 변호사나 비서의 월급, 사무실 임대료, 마케팅 비용, 기타 관리비를 낸다. 그리고 남은 금액의 일부를 사건을 수임해 온 변호사나 직원에게 준다. 그다음에 남은 금액을 그 일을 수행하는 변호사들이 나누는 구조다. 사건을 수행하는 변호사가 남은 금액을 가져가더라도 여기서 소득세도 공제해야 한다. 결국 주 수행 파트너 변호사조차 애초 수임료의 10%도 못 가져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대표나 파트너 변호사들은 한 달에 일정 정도의 사건을 수임해야 집에 가져갈 생활비를 벌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을 쪼개
Q. 제가 알기로 과밀수용과 관련하여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가 인용되어 위자료를 지급받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6년 이후부터 과밀수용된 사람들 모두에게 소급 적용되어 배상이 이루어지는 것인지, 현재 징역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 또 과밀수용의 기준은 1인당 몇 평인지가 궁금합니다. 또한 과거에 신문에서 수용자들이 단체로 과밀수용 관련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 알려주실 수 없나요? A. 국가배상청구권에는 소멸시효가 있습니다. 따라서 가능한 한 빠른 기간 내에 청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539일간의 수용 기간에 대해 위자료 450만 원을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소송 방법과 사례는 곧 본지에서 독자 여러분의 알 권리를 위해 정리해 드릴 예정입니다.
변호사가 되고 난 뒤에 보니 사무실에 ‘내 것’이 많아졌다. 공직 생활 때는 그곳에 있는 책상도, 컴퓨터도, 필통과 연필, 액자 속 그림 그리고 슬리퍼도 내 것이 아니었다. 나를 도와주는 직원들도 내가 뽑은 것이 아니고 내가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 취향이 반영된 사무실에서 내가 산 슬리퍼를 신고 지낸다. 직원들도 내가 뽑았고 매달 내가 월급을 준다. 변호사가 된 뒤 또 하나 큰 변화는 사람들과 인연의 형태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공직에 있을 땐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과 인간적 관계를 맺는다기보다 ‘업무의 대상’으로 느낄 때가 많았다. 그런데 변호사가 되고 나니 나를 찾는 사람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특히나 피해자인 의뢰인이 찾아올 때면 그 인연의 소중함이 더 느껴진다. 의뢰인들은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시기에 변호사를 찾는다. 그들은 남에게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그것은 때로 비밀이기도 하지만 비밀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믿을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말을 내게 털어놓는다. 내가 위로하고 믿음을 주면 피해자들은 더 큰 힘을 낸다.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불편함, 좌절감, 아픔을 나 역시 느낀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곽변: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입니다. 형사재판에서는 ‘판사가 납득할 수 있는 변론’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반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을 할 경우 오히려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른바 ‘괘씸죄’라는 표현으로 설명되기도 하는데, 이는 법정에서의 태도와 주장 내용이 양형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곽변: 실제 재판에서는 어떤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지에 대한 기준이 존재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을 벗어난 주장입니다. 가능성이 낮은 주장을 반복하거나 객관적 근거 없이 전면 부인을 하는 경우에는 재판부가 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곽변: 예를 들어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으로 가담한 사건에서, 피고인이 경찰 조사를 받고 석방된 이후에도 동일한 행위를 반복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범행을 전면 부인하는 취지의 주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체포와 조사를 거친 이후에도 동일한 행위를 계속한 점이 확인되면서, 재판부는 범행 인식과 재범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결과적으로 중형이 선고되었습니다. 곽변: 이처럼 사건의 경
최변: 안녕하세요, 최승현 변호사입니다. 2016년에 있었던 ‘배우 이진욱 씨 사건’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성범죄로 고소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고소인을 무고로 고소한 사건입니다. 해당 사건에서 고소인은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무고죄가 인정되어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이후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오늘은 이 사례를 중심으로 성범죄와 관련된 무고죄 적용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최변: 2018년경부터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개념이 판례에 반영되면서 피해자의 진술을 평가하는 기준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피해자에게 일정한 행동 양식을 요구해서는 안 되고,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경우에는 다른 직접 증거가 없더라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례가 제시되었습니다. 다만 한편으로는 무고성 고소에 대한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 사건들에서도 개인적 감정이나 금전적 목적을 이유로 고소가 이루어진 사례들이 확인되고 있으며, 진술의 신빙성 판단이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최변: 흔히 무혐의나 무죄 판결이 나오면 곧바로 무고가 성립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그렇게 단순하게 연
최근 SNS와 메신저를 통한 아동·청소년 성 착취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가해자들은 외모 칭찬으로 접근한 뒤 점차 성적 착취 목적의 사진이나 영상을 요구하는 ‘그루밍’(grooming) 수법을 사용한다. 상담 현장에서 만난 사례들을 보면 피해 청소년들이 비교적 쉽게 가해자의 요구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청소년기의 발달 특성과 디지털 환경, 사회적 요인이 맞물려 나타나는 결과다. 청소년기는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발달 특성이 두드러진다. 이를 ‘상상적 청중’(Imaginary Audience)이라고 하는데, 이는 청소년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마치 자신이 늘 다른 사람에게 주목받고 있다고 느끼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사소한 외모 변화나 말투, 행동까지 또래 집단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칭찬이나 인정은 단순한 호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 결과, 외모에 대한 칭찬은 강력한 보상으로 작용하며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는 수단이 된다. 이러한 심리적 특성은 가해자의 ‘너는 특별하다’는 조작적 언어에 청소년들이 쉽게 반응하도록 만든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가해자들이 청소년의 이런
보이스피싱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저는 보이스피싱 조직 사무실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콜을 성공한 적이 없어 피해자를 발생시킨 바 없고, 한 달 만에 귀국했으니 무죄를 주장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아예 가담하지 않은 경우’와 ‘가담 사실은 인정되나 정도가 낮은 경우’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법원은 콜을 성공한 적이 없더라도 조직에 들어가 함께 움직였다면 범죄단체가입활동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 내가 아닌 다른 팀원이 콜을 성공했다면 그 결과에 대한 공모관계도 인정해 사기죄로 처벌한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는 단순 참여인지 범행 가담인지가 핵심 쟁점이 된다. 조직의 운영 방식과 내부 역할 분담 그리고 범행에 대한 인식 여부가 함께 검토된다. 실제로 다른 구성원이 범행을 실행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 조직 구성원 간 공모관계가 인정되는 사례가 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관대한 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범죄 행위가 성립하는 데 있어 실질적으로 한 일이 없다”, “직접 피해를 준 적이 없다”라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스스로 ‘나는 무죄’라고 믿을 수 있다. 그러나 법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처음부터 “나는 무죄다
박변: 네, 오늘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성년자 성매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처벌이 상당히 무겁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안변: 미성년자 성매수의 경우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법정형 자체가 상당히 무겁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과거에는 ‘조건만남’이나 ‘원조교제’ 같은 표현으로 불리면서 비교적 가볍게 인식되던 시기도 있었지만, 현재는 법 개정을 통해 처벌 수위가 크게 강화된 상태입니다. 특히 상대방이 16세 미만인 경우에는 형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박변: 또 하나 특징적인 부분이 미수범도 처벌된다는 점이죠? 안변: 그렇습니다. 성인 대상 성매매는 미수 처벌 규정이 없지만,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다릅니다. 미성년자인 줄 알고 만나 성매매를 시도하다가 중간에 그만두더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법이 개입하는 범위가 넓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변: 실제 사건을 보면 단순히 성매수만 문제되는 게 아니라 다른 범죄까지 함께 적용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던데요. 안변: 맞습니다. 아동·청소년 성매수 범죄는 하나의 행위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적 목적의 대화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고, 특정
Q. 피해자 중 한 명이 저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면서 제가 속한 협회에 “사기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니 해임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또 제 실명을 거론하며 페이스북에 “사기꾼이다. 경찰 조사 중이다”라는 댓글도 게시했습니다. 이로 인해 당시 진행 중이던 경찰 수사와 맞물려 회사에도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물론 저 역시 피해자에게 일정 부분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경우 피해자의 발언과 게시글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거나 회사 손실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형사적으로는 명예훼손 또는 모욕죄로 고소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SNS에 실명을 밝히고 “사기꾼”이라고 표현한 게시글은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표현으로 모욕 또는 명예훼손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또한 “경찰 조사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행위 역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해당 발언이 공익적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피해자가 협회에 이를 알린 경위나 게시글의 전체적인 맥락, 공익성 여부, 비방 목적이 있었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
Q. 최근 과밀수용을 이유로 국가배상 청구 소송에서 수용자가 승소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신문을 보니 2016년에 헌법재판소가 과밀수용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2016년 이후 교정시설에서 과밀수용된 사람들에 대한 배상 규정이 있나요? A. 과밀수용을 이유로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는 관련 법령과 헌법재판소 결정, 그리고 최근 법원의 판례 기준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은 원칙적으로 수형자를 독거수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교정시설의 공간 부족으로 대부분 혼거수용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과거 내부 지침에서는 1인당 약 3.4㎡ 또는 2.58㎡ 수준의 기준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이는 법적 기준으로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12월 29일 결정에서 수용자 1인당 1.06㎡ 또는 1.27㎡ 수준의 공간에서 이루어진 수용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과밀수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헌재는 보충의견에서 1인당 2.58㎡ 이상의 공간을 확보할 필요성을 언급했을 뿐, 이를 법적 기준으로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이후 법원 판례에서는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