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디지털 시대 아동·청소년 성 착취, 왜 늘어나는가

최근 급증하는 청소년 성 착취 사건
청소년의 취약점 공략하는 가해자
가정 내 교육·소통으로 예방이 중요
제도 개선과 사회 인식 변화도 과제

 

최근 SNS와 메신저를 통한 아동·청소년 성 착취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가해자들은 외모 칭찬으로 접근한 뒤 점차 성적 착취 목적의 사진이나 영상을 요구하는 ‘그루밍’(grooming) 수법을 사용한다. 상담 현장에서 만난 사례들을 보면 피해 청소년들이 비교적 쉽게 가해자의 요구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청소년기의 발달 특성과 디지털 환경, 사회적 요인이 맞물려 나타나는 결과다.

 

청소년기는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발달 특성이 두드러진다. 이를 ‘상상적 청중’(Imaginary Audience)이라고 하는데, 이는 청소년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마치 자신이 늘 다른 사람에게 주목받고 있다고 느끼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사소한 외모 변화나 말투, 행동까지 또래 집단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칭찬이나 인정은 단순한 호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 결과, 외모에 대한 칭찬은 강력한 보상으로 작용하며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는 수단이 된다. 이러한 심리적 특성은 가해자의 ‘너는 특별하다’는 조작적 언어에 청소년들이 쉽게 반응하도록 만든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가해자들이 청소년의 이런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언어적 칭찬에 그치지 않고 술이나 담배를 제공하거나 문화상품권, 게임 아이템 같은 작은 보상을 미끼로 활용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소한 호의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한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물질적 유혹은 단순한 선물을 넘어 관심과 애정으로 왜곡되어 받아들여지기 쉽다. 특히 가정환경이 어렵거나 용돈이 부족한 청소년일수록 이런 작은 선물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며 가해자에 대한 심리적 의존도가 높아진다.

 

여기에 온라인이라는 공간은 특유의 물리적 거리감으로 인해 위험 인식을 크게 낮춘다. 대면하지 않는 환경 속에서 청소년들은 상대방의 진짜 의도나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고, 더욱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24시간의 접근성 속에서 가해자들은 집요하게 신뢰를 쌓아가며 피해자를 통제한다. 또한 가정에서의 관심 부족이나 또래 관계의 단절 역시 청소년들이 온라인에서 낯선 성인의 관심에 쉽게 의존하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가해자들의 행동에는 중독적 패턴이 뚜렷하다. 초기에는 단순한 대화로 시작하지만 점차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요구하며 내성이 커져간다. 이후에는 새로운 피해자를 찾는 강박적 행동이 반복되며, 동시에 ‘아이가 원했다’는 식의 왜곡된 사고로 범죄를 합리화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방이 최우선이다. 가정에서는 신뢰에 기반한 열린 대화가 필요하며, 아이의 온라인 활동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보이되 과도한 통제보다는 교육과 소통이 효과적이다.

 

학교에서는 디지털 안전 교육과 또래 상담 프로그램을 강화해 청소년 스스로 위험을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또한 조기 발견과 즉각적인 개입이 중요하다. 아이의 행동 변화나 갑작스러운 선물, 비밀스러운 온라인 활동 증가 같은 징후를 민감하게 관찰해야 하며, 피해 사실이 드러났을 때는 절대 아이를 탓하지 않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피해 아동·청소년에게는 트라우마 치료와 가족치료 등 회복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가해자에게는 중독 치료 모델을 적용한 전문적 개입을 통해 재범을 막아야 한다.

 

제도적 차원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의 안전 장치를 의무화하고 신고·처리 시스템을 신속하게 개선하는 동시에, 사회 전반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시급하다. 아동·청소년 온라인 성 착취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위험은 계속 나타날 것이므로, 처벌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예방, 치료, 인식 개선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아이들의 안전한 성장을 위한 책임을 나눌 때, 디지털 시대에도 아동·청소년이 안전하게 보호받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