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청] 좋은 변호사는 ‘해야 할 주장’을 찾습니다

‘실질적 행적 없다’고 죄 없지 않아
가담 정도가 낮은 경우도 유죄 간주
당사자에게는 인생이 걸린 승부기에
무조건 ‘무죄 주장’에 이끌리지 말길

 

상담을 하다 보면 간혹 “저는 보이스피싱 조직 사무실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콜을 성공한 적이 없어 피해자를 발생시킨 바 없고, 한 달 만에 귀국했으니 무죄를 주장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듣고 변호사가 곧바로 무죄 주장을 권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예 가담하지 않은 경우’와 ‘가담 사실은 인정되나 정도가 낮은 경우’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법원은 콜을 성공한 적이 없더라도 조직에 들어가 함께 움직였다면 범죄단체가입·활동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팀원들이 콜을 성공했다면 그 결과에 대한 공모관계도 인정해 사기죄로 처벌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법리를 잘못 해석해 무리하게 무죄를 주장하게 되면, 재판부가 ‘반성하지 않는다’고 평가해 오히려 형이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또 1심에서 합의로 좋은 결과를 얻을 기회도 놓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무죄가 어려운 사건인데 변호사의 말만 믿고 거액의 수임료를 쓰느라 정작 합의금은 마련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사례도 자주 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관대한 면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범죄 행위가 성립하는 데 있어 실질적으로 한 일이 없다”, “직접 피해를 준 적은 없다”라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스스로 ‘나는 무죄’라고 믿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리는 그렇지 않다는 걸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범행이 아예 없었다고 볼 수 있는지, 아니면 가담 정도가 낮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를 구분해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내 사건이 정말 무죄가 가능한 사안인지, 가능하다면 어느 부분을 쟁점으로 다퉈야 하는지를 제대로 판단해 줄 수 있는 변호사가 필요합니다. 현재 무죄 주장을 고민하고 있다면 담당 변호사가 실제로 유사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수임을 위해 맞장구를 치는 것인지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제가 변론한 사건 중에는 보이스피싱 상담원으로 가담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으나 공범들을 증인으로 불러 가담 사실이 없음을 밝혀 1심에서 전부 무죄가 선고된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총책과의 친분 때문에 부총책으로 오해받아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부총책이 아님이 인정돼 형량이 대폭 감형된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또한 총책의 여자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상위 조직원으로 오해를 받아 인터폴 수배까지 됐었으나 실제 조직 내에서 수행한 역할이 없음을 밝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케이스도 있습니다. 저는 이처럼 다양한 사유로 기소된 조직범죄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다수 받아본 이력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재판상 무죄가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더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에게는 수많은 사건 중 하나이겠지만 당사자에게는 인생이 걸린 승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달콤한 말에 이끌릴 게 아니라 실제 성과를 기준으로 변호사를 선택하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무죄 주장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여러 변호사와 상담해 보고, 그 변호사가 같은 분야에서 무죄 판결을 직접 이끌어 내본 경험이 있는지 꼭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초기에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재판의 향방을 좌우합니다. 처음부터 “나는 무죄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면 검찰과 법원은 방어권 행사로 보기보다는 책임 회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다퉈야 할 쟁점을 분명하게 설정하면, 비록 유죄가 일부 인정되더라도 양형에서 크게 참작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사기관과 법원은 “자신의 잘못을 얼마나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느냐”를 확인합니다. 따라서 변호사와 충분히 상의해 현실적인 목표와 최선의 방안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리한 무죄 주장은 순간의 위안일 뿐, 장기적으로는 더 큰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전략은 수사기록의 흐름, 증인 진술, 객관적 정황을 꼼꼼히 교차 검증해야 나옵니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는 말처럼, 하고 싶은 주장보다는 해야 할 주장을 선택하는 것이 결국 스스로를 지키는 길입니다. 오늘도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인생을 건 승부에서 건승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