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 가석방률, 복역 28년 이상이 기준선… 자격증·태도 영향 커

장기수는 형 집행률 90% 이상…
교도관 의견 등 복합 반영…

 

무기수형자와 장기수형자의 가석방 심사 기준이 복역 기간이나 표창 횟수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반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 시사법률>이 복수의 가석방 심사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가석방 심사에는 형집행률, 자격증 취득, 교도관 의견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치고 있었으며, 법정 최소 기준보다 더 긴 실제 복역 기간을 채운 경우에 가석방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더 시사법률> 취재에 따르면, 무기수·장기수형자 수용자의 가석방 사례에서 실제 형집행 기간은 30년, 29년 7개월, 28년 11개월 등으로, 대체로 28년 이상 복역한 경우가 많았다.

 


26년가량 복역 후 가석방된 사례도 있었지만, 이들은 대부분 국가기능자격증 5종 이상, 전국기능대회 입상, 소장 표창 5회 이상을 보유한 ‘모범 수형자’였다.

 

가석방 심의록에 따르면 한 심사위원은 “10년 이상 장기수형자 중 기능자격 취득자, 전국기능대회 입상자는 가석방 후 재범률이 낮다”며 “무기수라도 일정 수준의 조건을 충족하면 가석방 심사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수형자의 경우 형집행률 90% 이상일 때 사실상 심사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실제 사례를 보면 20년형을 선고받은 장기수들이 형집행률 90.8%(잔형기 1년 10개월), 96.6%(잔형기 8개월), 96.7%(잔형기 6개월)에서 가석방 심사에 올랐으며, “잔형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적격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석방 심사에서는 표창 실적과 자격증 취득 여부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했다.


심사 대상자 다수는 소장 표창 2~7회, 전기기능사·양복기능사·자동차정비기능사 등 3종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일부 수형자는 전국기능대회나 지방기능대회 입상 경력도 심사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가석방 심사위원들은 “장기간 성실하게 작업하며 자격증을 취득한 점은 사회 복귀 가능성을 높인다”며 “출소 후 안정적인 직업 계획이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피해자 유족과 합의 미진, 죄질이 나쁨, 과거 가석방 전력, 출소 후 재범 이력 등은 가석방 불허 사유로 작용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유족과 합의되지 않았다”, “사건이 잔혹하다”, “가석방 후 재범했다” 등의 이유로 부적격 의견이 다수 제시됐다.


특히 피해자 가족의 반발과 합의 여부가 심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교정위원, 종교인(신부), 외부 취업보증서 등의 제출은 심사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보증인이 과거 공범이거나 재범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는 오히려 감점 요소로 작용했다.


한 위원은 “취업보증인이 공범이라면 재범 위험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며 “다음 회의에 공범을 불러 보호 의지와 진정성을 파악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심사 과정에서 교도관 개인 의견이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무기수형자는 범죄 내용이 잔혹하고 유족과 합의가 되지 않아 신중 검토 의견이 있었음에도, 교도관이 “수형생활 태도가 양호하다”고 의견을 제시한 내용을 보고, 위원들이 “장기간 수형생활 중 자격증을 취득하고 태도가 양호하다”는 이유로 적격 의견을 냈다.

 

또 다른 사례에서도 “교도관 의견이 양호한 것으로 확인된다”는 이유로 위원장까지 적격 의견을 표명한 경우가 있었다.


전직  교도관<더 시사법률>에 “모범적인 수형자의 경우 교도관들이 적극 의견을 표명하고, 과거에 죄질이 나빠 가석방 심사조차 오르지 못했던 무기수를 교정본부에 직접 의견을 제출해 그해 심사는 보류됐지만, 다음 해 가석방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JK 김수엽 대표 변호사는 “장기수는 형기의 3분의 1, 무기수는 20년 이상 복역하면 가석방 심사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 가석방되는 경우는 제한적이다”면서 “이들이 장기간 복역 후 사회에 나갈 때 사회 부적응으로 인한 재범 위험이 존재하는 만큼, 모범 수형자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가석방 심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형평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범죄의 중대성, 피해자 유족의 의사, 재범 위험성 등을 중심으로 명확한 가석방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교도관의 의견과 표창 실적 등이 중요한 요소인 만큼, 수형자들도 성실하게 교정 활동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