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 119만 건·헌법소원 남발’… 교정공무원 “권리 남용에 몸살”

수령 의사 없는 정보청구 반복
교정공무원 “행정력 마비 수준”
권리 행사 남용 시 무고죄 적용
국회 정보공개법 개정안 발의

교정시설 내 수용자의 권리 행사가 도를 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소·고발, 정보공개청구, 헌법소원 제기 등을 통한 법적 수단 남용 사례가 늘면서, 교정공무원들은 업무 과중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정당한 권리 보장은 존중하되, 반복적 진정과 청구의 남용에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법무부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4일 교정시설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월간교정’ 5월호에는 수용자 권리 남용 실태를 분석하고 제한 필요성을 주장한 연구 논문이 실렸다.


서울구치소 소속 정혜림 교정관이 발표한 논문은 “수용자의 권리는 헌법, 형집행법, 국제 기준에 따라 보장되지만, 이를 악의적으로 행사해 교정 인력과 자원을 소모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 사례는 수령 의사 없이 방대한 자료를 요구하거나 수수료 납부 없이 반복 청구하는 정보공개청구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상위 10명이 청구한 정보공개 건수는 총 119만건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36만 건, 2022년 58만 건, 2023년 25만 건이었다.

 

그러나 상당수 자료는 실제로 수령되지 않아 행정력 낭비만 초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교정관은 “개인적 이득이 없으면서 상대방에게 고통만 주는 권리 행사는 민법상 권리남용으로 제한 가능하다”며 반복적·악의적 정보청구의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헌법소원도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지난해 교정 수용자 관련 헌법소원 67건 가운데 인용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대부분이 ‘주관적 권리 보호이익 부존재’, ‘공권력 행사 부존재’ 등의 사유로 각하 처리됐다. 실익 없는 소송이 남발되면서 헌법재판소 역시 본안 심리에 앞서 각하 결정을 내리는 구조다.


이러한 권리 남용은 단순한 서류 부담을 넘어서 교정공무원의 정신적 피로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수용자가 허위 진정을 넣고, 그 취하를 조건으로 편의를 요구하다 무고죄로 처벌된 사례도 있었다.

 

정 교정관은 “교정공무원들이 업무보다 진정 대응에 시간을 쏟는 상황”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권리 제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폐쇄적 환경 특성상 수용자의 정당한 권리 제기까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교정관은 “권리에는 책임이 따르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교정 목적을 저해할 경우 일정한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제도 보완 방안으로 △정보공개청구 횟수에 따른 비용 차등 △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한 종결 △수수료 미납자 대상 선납 요구 △자료 미수령 비용 보관금 공제 등을 제안했다. 특히 반복 고소·고발이나 허위 진정에 대해 무고죄 적용 가능성을 분명히 고지하고, 사법·행정 기관 간 정보 공유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에는 이 같은 내용을 일부 반영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개정안은 대량·반복적 정보청구를 제한하고, 수수료 미납자에게는 선납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입법화 여부에 따라 교정 현장의 행정 부담 경감에 실효적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