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다이어리_BK파트너스] 구속은 끝이 아닌 실형 막는 마지막 기회

구속 기간이 반성의 증거될 수 있어
구속 상태를 위기 아닌 기회로 써야

 

나는 지난 30년간 형사재판정에 서 왔다. 경찰서 유치장부터 구치소, 교도소, 그리고 수많은 법정에서 각기 다른 수천 명의 피고인들을 만나왔다. 억울한 이들도 있었고, 자신의 과오를 되돌아보며 진심으로 반성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다수는 ‘구속’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절망하거나 이미 끝난 싸움이라며 체념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말하고 싶다.


“본안 판결 전 구속은 끝이 아니라, 오히려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그러나 실무에서는 그렇지 않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슬프게도 실무에서의 구속은 피의자가 결국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도주나 증거인멸 가능성은 법적 명분일 뿐, 현실에서는 구속 자체가 향후 실형 가능성의 지표처럼 활용되는 것이다.


그러니 구속되었다는 건 이미 위기다. 법원이 당신의 혐의와 처벌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무겁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는 되묻고 싶다. 과연 끝난 것일까? 아니다. 이 위기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재판부는 말이 아니라 실질을 본다. 속된 말로, “미통을 좀 살아야 집행유예가 나온다”는 말이 있다. 얼핏 들으면 잔인하고 냉소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형사재판 실무에서는 뼈를 때리는 진실이기도 하다.

 

실제로 교도소에서의 구속 생활을 몇 달간 버틴 사람에게는 그 자체가 형사재판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반성의 증거가 된다.


지금까지 나는 1심 선고 전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는 의뢰인이 본안 판결 선고 시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경우를 수없이 경험해왔다. 바로 “몸으로 체험한 진심(고통)”이 나의 변론과 함께 재판부를 설득했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에서 반성은 중요한 양형사유다. 그러나 ‘반성’은 그저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행위가 어떤 피해를 초래했는지, 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그 모든 걸 직면하고 책임지려는 자세가 담겨야 한다.

 

법정의 말은 공간이기도 하지만, 가장 깊이 울리는 것은 태도와 자세, 그리고 시간의 기록이다. 수감 된 몇 달 동안 가족의 안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사회와 단절된 공간 속에서 자신의 과오를 곱씹은 피고인의 이야기.

 

그 사람의 눈빛과 말투는 다르다. 종이 위에 비슷한 내용으로 찍어내듯 작성한 반성문과는 다르다. 그 차이를 재판부는 알고 있고 느낀다. 그래서 구속된 상태로 본안재판을 받는 지금 이 시기가 진짜 중요하다.


가장 위험한 시기이면서도, 동시에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교도소에 있는 지금, 당신은 선택할 수 있다.

 

이 시간을 보내며 형 선고를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다시 싸워보기 위한 준비의 시간으로 바꿀 것인지. 나는 변호사로서 그 두 번째 길을 함께 걷기 위해 존재한다.

 

당신이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제대로 구성해 재판부에 주장할 것이다. 당신이 진정 반성하고 있다면 그 태도와 시간의 무게를 법정에 녹여내고 앞으로의 당신의 가능성을 재판부가 보도록 만들 것이다.


형사재판은 ‘지나간 일’에 대한 단죄인 동시에, ‘앞으로의 삶’에 대한 판결이기도 하다. 지금이끝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지금이야말로 당신의 인생을 다시 정의할 수 있는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