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에게 청탁 전화? 지금이 어느 땐데”… 청탁자 법정구속

현직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피고인 관련 청탁 정황을 실명까지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일이 벌어졌다.

 

11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장찬수 부장판사는 도박장소개설 등의 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 등 13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하던 중, 피고인 A씨에게 "아는 사람으로부터 '피고인에 대한 사건을 잘 살펴봐달라'는 부탁을 들었다"며 "청탁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A씨는 “청탁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장 판사는 청탁자의 실명과 직위를 직접 언급하며 “전남 모 농협에 근무하는 B씨가 당신 사건을 언급하며 전화까지 해왔다. 어떤 사이길래 나한테 직접 청탁 전화를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A씨는 “B씨는 모르는 사람”이라며 “다른 지인에게 사건을 말했는데, 그 사람이 B씨에게 전달한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이어 “정말 죄송하다. B씨와는 2~3번 정도 만난 사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장 부장판사는 "B 씨는 나에게 당신이 육촌 사촌이라고 했다. 몇다리 거쳐서 청탁을 한 것 같은데, 지금이 어느 때라고 감히 청탁을 하느냐"며 실무관에게 방금 전 나눈 모든 질의응답을 사건 조서에 남기도록 지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선고 결과, A씨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또는 벌금형(300만~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장찬수 판사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감히 재판 청탁을 하느냐”며 “단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누구든 재판을 공정하게 받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