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독립 이후 ‘봉 잡았다’던 경찰…사건 기록 숨기고 허위 송치

카카오톡에 “불기소 해줄게”…
2억 원 뇌물 받고 기록 은닉

 

사건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피의자에게 거액의 금품을 받고 경찰 내부 정보를 유출한 현직 경찰 간부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1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의정부경찰서 소속 정 모 경위(52)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공용서류손상, 범인도피,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함께 기소된 대출중개업자 A 씨(43)는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현재 다른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 경위는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던 A 씨에게 “모든 사건을 불기소로 처리해주겠다”는 조건으로 2억 원 이상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정 경위는 A 씨가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 관할로 주소지를 옮기자 A 씨가 피의자인 사기 사건 16건을 넘겨받아 불송치 결정하거나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사기 사건 16건의 총 피해 금액만 10억 원이 넘는다.

검찰이 확보한 카카오톡 및 문자 메시지에는 정 경위가 A 씨에게 “오늘 돈 줘. 다 불기소해버릴 테니까”, “절대 구속 안 되게 할 거야”라며 '내년부터 수사권 독립되고 바뀌는 시스템은 A 세상이다', '불기소를 내가 마무리한다는 거 매력 있지 않아? 어느 검사보다 나을 거야', '봉 잡은 거야'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검찰은 정 경위가 A씨의 고소장, 진술조서 등 사건 기록을 유출하고, A 씨가 출석하지 않았음에도 허위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이 금전 수수 대상자로 지목된 고소장 내용도 조작하고, 관련 자료를 3년간 캐비닛에 은닉한 것으로 파악했다.

 

전산상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것처럼 허위로 처리해, 기록 소재는 최근까지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

 

또 정 경위는 도주 중이던 A씨에게 500만 원 상당의 달러를 제공하고, 다른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A 씨가 도주하자 4건의 사건을 수사 중지했다. 3년 뒤 검찰에서 A 씨가 구속됐다는 사실을 통보받고도 수사 중지 사건 4건을 수사하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정 경위가 과거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던 사건이 고등검찰청의 재기수사 명령으로 재수사되면서 드러났다.

 

검찰은 정 경위가 고소인에게 합의를 유도하거나 고소취소장을 받아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한 정황도 추가로 확인하고 있으며, 관련 사건들에 대해 재수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사법 시스템의 관리·통제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불송치 권한 남용 방지책 마련, △사건 및 기록관리 시스템 정비, △피의자신문조서의 적법성 검증 절차 도입, △사건 배당의 객관성과 이중통제 장치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