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검 수사팀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육성 증거를 확보하면서, 과거 무혐의 결론을 내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 형사부(차순길 부장검사)는 최근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해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이 2009~2011년 사이 통화한 녹음 파일 수백 건을 확보했다.
확보된 녹취에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일당에게 계좌를 맡기고 수익 중 40%를 배분하기로 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 배분 비율이 이례적으로 높은 만큼,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는 과거 중앙지검이 “김 여사가 시세 조종에 가담하거나 이를 인지한 정황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판단과 상반된다. 특히 중앙지검 수사팀이 미래에셋증권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생략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수사의 정밀성과 의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중앙지검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부실 수사는 아니다”는 반박도 나온다. 당시 수사팀은 미래에셋증권 계좌가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통해 거래된 것으로 보고 통화 기록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으며, 이상 거래와 관련된 일부 녹취만 선별 압수했다는 것이다.

서울고검의 재수사가 시작된 이후 김 여사 관련 녹취 증거가 다수 언론에 보도되면서, 중앙지검 내부에서는 “성과 부각이 곧 과거 수사팀에 대한 비난으로 번지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도 감지된다.
한편 대검은 서울고검으로부터 도이치모터스 수사 관련 보고를 충분히 받지 못해 상황 파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과거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면서 중앙지검에만 보고 의무를 두었기 때문인데, 이번에는 보고 대상이 아닌 서울고검에서도 제대로 된 보고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 여사 수사팀이 곧 출범할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중앙지검과 서울고검의 수사 인력을 일부 흡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특검이 성과를 낼수록 과거 수사에 대한 부실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어 검찰 내부에서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서울고검은 지난 5월 말부터 김 여사의 미래에셋 계좌에 대해 수차례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블랙펄인베스트먼트에 수익 40%를 주기로 했다’, ‘그쪽에서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의 김 여사 발언이 담긴 육성 녹취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시세조종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기존 수사팀은 김 여사가 단순한 ‘전주(돈을 댄 사람)’일 뿐 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고,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다. 김 여사는 총 2회의 서면조사와 1회의 대면조사를 받았으며, 대면조사는 지난해 7월 대통령실 경호처 인근 제3 장소에서 이뤄져 ‘출장 조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울고검 수사팀은 7초 매도 정황, 김 여사의 엑셀 파일 정리 내역, 통정매매 의혹 등 남은 쟁점들을 규명한 뒤 주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조사하고, 김 여사 대면 조사도 재추진할 계획이었지만 김 여사는 현재 우울증을 이유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수사권이 특검에 넘어가기 전 검찰 수사가 얼마나 진척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특검 측 민중기 특별검사는 최근 “김 여사 대면조사는 시기를 확언하긴 어렵지만 이뤄질 것이라 본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은 빠르면 7월 초 본격 수사에 착수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