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깨는 날

 

적금 깨는 날

 

10년 전 부모님이 트럭으로 자영업을 시작했다.


열심히 달리던 녀석은 올해 들어 여기저기 고장이 나기 시작해, 어느덧 앞에 달린 수리비만 1,000만 원 가까이 됐다. 여기에 트럭 할부금과 기름값, 생활비까지 매달 나가야 할 돈이 쌓여 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던 부모님은 몇 날 며칠 끙끙 앓다가 나와 누나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이렇게 빠듯한 적이 없었는데… 다음 달에 쓸 돈이 부족해 대출을 알아봐야 할 것 같아.”

 

아버지는 이보다 더한 일도 수없이 겪어 왔으니 걱정할 것 없다며 웃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심각해 보였다.


부모님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깊이 고민하다 내 통장이 떠올랐다. 많지 않은 돈이지만 매달 차곡차곡 모은 주택청약예금과 자율 적금이었다. 그 돈이면 당장 수리비와 생활비 정도는 충당할 수 있었다.

 

적금을 깨자는 내 말에 부모님 낯빛이 어두워졌다. 막내아들이 꼬박꼬박 모은 돈을 쓴다는 게 편치 않은 것이다.


주저하는 부모님을 보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이럴 때 쓰려고 모아 둔 거지. 대출 갚겠다고 대출을 또 받으면 더 고생이잖아. 더 빌리지 말고 내 돈 써.”

 

부모님은 조금만 더 두고 보자고 하셨다. 처음엔 상황이 호전될 수 있으니 기다려 보자는 말인 줄 알았지만, 진짜 의미는 나중에 알았다.


부모님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던 것.

 

스물일곱에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 반듯하게 생활하고 있어도, 부모님 눈에는 아직도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회에 치이는 여린 자식이었을 테다.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