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만에 노역 폐지한 일본…재범률 낮아질까

노역 대신 ‘구금형’ 도입한 日…교정 패러다임 전환
교도관 역할도 ‘지도자’로 변모…직업 훈련 중점 교육

110여 년 만에 일본이 형벌 체계를 전면 개편하면서 노역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징역형이 사라지고, 수형자의 갱생과 복귀를 중시하는 ‘구금형’ 체제가 본격 도입됐다.

 

형벌의 실질적 목표를 재정립하고 교도소 내 지도 체계의 방향을 바꾸는 이번 개정은, 장기적으로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교정 정책의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22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법을 통해 기존의 징역형과 금고형을 통합한 ‘구금형’을 새롭게 도입했다.

 

1907년 형법 제정 이래 처음으로 형벌 종류를 바꾼 것으로, 형벌은 이제 사형·구금·벌금·구류·과료 등으로 구성된다.

 

종전에는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면서도 노역을 강제하는 징역형과 노역 의무가 없는 금고형이 구분됐지만, 실제로는 금고형 수형자의 80% 이상이 자발적으로 노역에 참여해 실질적 구분이 의미 없다는 점이 반영됐다.

 

이번 제도 변경은 일본 교정 당국의 고민, 즉 줄어드는 전체 수형자 수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재범률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 교도소 수형자 가운데 55%가 재범자로, 정부는 단순한 처벌보다는 수형자 개인별 맞춤형 복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고령 수형자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2023년 기준으로 일본 교도소에 수감된 수형자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14.3%로, 20년 전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새로운 구금형은 수형자의 특성과 상태에 따라 직업 훈련, 사회 복귀 교육, 심리 상담 등 다양한 형태의 ‘지도를 병행할 수 있는 유연한 처우’를 핵심으로 한다.

 

일본 법무성은 이를 위해 총 24개 유형의 교정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교도관은 기존의 작업 감독자에서 교육 지도자의 역할로 전환된다.

 

구금형은 6월 1일 이후 발생한 범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에만 적용되며, 이전 판결로 수감된 징역형 수형자들은 기존과 동일하게 노역을 수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 교도소 내에는 징역형 수형자와 구금형 수형자가 병존하는 과도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가 수형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출소 이후 자립 능력을 강화해 결과적으로 재범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무성은 “구금형은 단순한 처벌 수단이 아니라 수형자의 삶을 재건하는 복합적 장치”라고 강조하며, 교정 정책의 목적이 사회 안전에 있다고 재차 밝혔다.

 

이러한 일본의 변화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시사점을 던진다. 특히 교정시설 내 노역 중심의 운영 구조와 처우 방식, 교도관의 업무 범위, 수형자의 복귀 프로그램 운영 방식 등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일본의 사례가 참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법인 JK 김수엽 대표 변호사는 “이번 일본의 형벌 체계 개편은 형벌의 목적이 단순한 응보에서 사회 복귀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조치”라며 “한국 역시 재범률 저하를 위한 근본적 교정 철학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