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의 본질을 바라보는 세 가지 눈” – 검사, 판사, 변호사를 모두 거친 최승현 변호사

검사 땐 확신, 판사 땐 균형…
이제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싸우는
‘태하’ 최승현 변호사의 진심


Q. 변호사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사법연수원을 거쳐 검사로 5년(광주지검 순천지청, 의정부지검, 부산지검), 판사로 10년(광주지법 순천지원, 의정부지법)을 근무하였고, 퇴직 후에 법무법인 태하 대표변호사로 현재 6년째 일하고 있는 최승현 변호사입니다.


Q. 형사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법원의 역할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수사기관과 재판부는 각각 어떤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되나요?


A. 형사절차에서 검찰은 범죄 혐의가 입증 가능한지를 판단하고 공소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따라서 수사 기록 전반을 토대로 사건을 검토하게 되고, 범죄 성립 여부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법원은 제출된 증거를 법정에서 하나씩 조사하며 유무죄를 판단하는 기관입니다. 재판은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과 법정에서 조사된 증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예단 없이 판단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결국 형사사법 체계는 수사와 판단 기능을 분리함으로써, 한쪽의 시각에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려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형사 재판에서 여론은 어디까지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보십니까?


A.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론은 불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다뤄지는 증거와 법리는 외부에 온전히 공개되지 않고 언론을 통해 걸러진 정보만이 전달됩니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형성된 여론이 판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면 법이 아니라 분위기가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셈이 됩니다.

 

다만 여론이 완전히 무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여론은 입법 과정이나 양형 기준을 정비하는 방식으로 반영될 수 있고 그것이 올바른 통로입니다.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결국 여론이 사법 시스템을 감시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역할은 필요하지만 개별 재판의 결론에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 경계를 지키는 것이 법치주의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국민들이 형사사법 제도를 신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납득의 부재는 대부분 설명의 부재에서 비롯됩니다.

 

판결이 나왔을 때 왜 이런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일반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되지 않으면 불신은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법률 전문가에게는 당연한 논리가 일반 시민에게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사로 일하던 시절에도 비슷한 문제를 느꼈습니다. 수사 결과와 기소 판단이 외부에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면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절차가 아무리 공정하게 진행되었어도 그것이 전달되지 않으면 신뢰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또한 유사한 사건에서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반복되면 기준이 없다는 인식이 생깁니다. 일관성의 부재가 불신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입니다.

 

결국 신뢰는 좋은 판결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일관된 기준과 충분한 설명이 반복될 때 비로소 쌓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형사사건에서 여러 변호사가 함께 사건을 검토하는 방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동 검토 구조가 실무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A. 실무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형사사건은 사실관계와 법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사람의 시각으로만 사건을 바라보면 놓치는 쟁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변호사가 함께 기록을 검토하면 다양한 각도에서 쟁점을 발굴할 수 있고 서로의 논리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변론의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검사 시절을 돌아보면 수사팀이 함께 사건을 검토하는 구조가 판단의 오류를 줄이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했습니다. 변호인 측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고 봅니다.

 

다만 공동 검토가 형식에 머무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여러 명이 참여하더라도 실질적인 논의 없이 한 사람의 판단을 추인하는 구조라면 의미가 반감됩니다. 결국 공동 검토의 가치는 참여 인원의 수가 아니라 얼마나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지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접견은 사실상 외부와의 유일한 소통 창구이기도 합니다. 형사사건에서 변호인의 접견은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십니까?


A. 구속 상태에서는 의뢰인이 사건 진행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접견은 단순한 면담을 넘어 방어권 보장의 중요한 절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관계 확인이나 변론 방향 설명, 재판 준비 과정에서의 의사 전달이 대부분 접견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접견의 횟수 자체가 중요한 기준이 되기보다는, 사건 진행에 필요한 정보가 적시에 공유되고 의뢰인이 절차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사건의 단계나 쟁점 변화에 따라 필요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접견은 형식적인 방문이 아니라, 의뢰인이 자신의 사건에 대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Q. 끝으로, 충실한 변론이 이루어지기 위해 현재 형사사법 절차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여러 부분이 있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수사 단계에서의 변호인 조력권입니다. 현재 구조에서는 피의자가 수사 초기 단계에서 변호인의 충분한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변론은 재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사 단계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이 부분의 보완이 필요합니다.

 

증거 개시 절차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검사가 보유한 증거에 변호인이 충분히 접근할 수 있어야 실질적인 변론이 가능합니다. 증거가 선별적으로 제공되거나 접근 자체가 제한되는 상황에서는 변호인이 사건의 전체 그림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재판 기일 간격 문제도 있습니다. 기일 사이의 간격이 너무 길거나 반대로 준비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채 기일이 잡히는 경우 변론 준비에 차질이 생깁니다. 충실한 변론을 위해서는 절차의 속도만큼이나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검사 출신으로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수사기관과 변호인 사이의 정보 불균형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충실한 변론의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