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취업제한,.. 재범 우려에도 정부는 “실태조사부터”

50개 업종 취업 제한에 생계난…“유통책 유도 구조”
식약처 “직업재활 실태조사 진행…제도 개선은 미정”

 

마약 관련 전과가 있는 경우 약 50개 직종에서 취업이 제한되는 현행 제도에 대해, 생계 수단을 박탈당한 회복자 상당수가 다시 유통망에 편입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직업재활 실태조사에 착수했지만, 실제 취업제한 완화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마약사범의 취업 제한 직군에 음식 배달원과 장애인 콜택시 운전기사가 추가됐다.

 

기존 국토교통부 시행령 등은 마약 관련 전과가 있는 경우 가사도우미, 경비원, 미용사 등 다수의 서비스 업종에 취업을 금지하고 있었으나 취업 제한 대상 업종이 더욱 확대된 것이다.

 

식약처는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마약류 중독 회복을 위한 취업 지원 등 직업재활 실태조사 및 방안 연구’ 용역을 지난 4월부터 시작했다.

 

해당 조사는 7월까지 마약 회복자의 취업 경험, 선호 업종, 차별 경험 등을 조사한 뒤 정책 방향 설정에 활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마약 전과자 상당수가 저학력·저소득 배경으로 인해 생계형 직종에 의존하는데, 이들 직종이 대거 제한되면서 출소 이후 다시 유통책으로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대표 변호사는 “취업 제한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상황에서는 회복자가 선택할 수 있는 생계 수단이 사실상 마약 유통망뿐”이라며 “이로 인해 사회는 재범을 막을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취업제한의 범위와 기간이 사법적 판단이 아닌 일률적인 행정규제로 적용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미용, 배달업 등 일상적인 생계와 직결된 직종까지 포함되면서도, 이에 대한 개별 사정 고려나 조건부 허용 조항은 마련돼 있지 않다.

 

일부 국가는 약물 치료 이행이나 보호관찰 준수를 조건으로 제한적 취업을 허용하고 있지만, 한국은 관련 규정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본지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문의한 결과, 식약처는 “현재는 실태조사 단계로, 구체적인 정책은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며 “경제적 자립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회복과 사회복귀 자체가 좌절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취업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정해진 세부 방안은 없다고 정해진 바가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태조사가 단순한 실무 차원의 조사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형사사법 정책과 노동시장 접근권을 연결하는 정책 설계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곽 변호사는 “형벌 이후 취업 제한을 지속하는 구조는 회복의 의미를 무력화시키며, 이는 결과적으로 재범을 방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조건부 취업 허용, 제한 기간 단축, 회복 단계에 따른 탄력적 적용 등 현실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