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를 시작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한 번씩 꾸준히 구치소를 찾는다. 구치소에 수감 중인 피고인에게 있어 변호인 접견은 단순한 면회가 아니다. 이는 재판을 준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시간이며, 외부 세상과 유일하게 연결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이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인권이다. 미결수용자의 경우, 법률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어 있어 그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파악하고 방어 전략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에 변호인이 수용자의 법적 대리인이자 조력자가 되어 당사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법적 절차를 설명하고, 증거를 수집하며, 검사의 주장에 대해 합리적으로 반박한다.
이때 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원활한 소통은 수사기관의 부당한 조사나 강압적 절차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방어막이 된다.
또한, 사건의 경위, 증거, 알리바이 등 사건의 핵심 정보는 피의자나 피고인만이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정보들이 변호인에게 정확히 전달되어야 효율적인 변호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만약 변호사와 수용자 사이 소통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사건의 진실을 밝히거나 방어 전략을 세우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료를 놓치게 되고, 실질적으로 방어권이 침해 받아 재판의 정당성과 결과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
미결수용자는 사회로부터 단절된 채 정서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변호인과의 정기적인 소통은 수용자에 심리적인 지지와 안정감을 제공하고,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해 자신이 공정하게 대우받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측면도 있다.
수용자가 가족이나 외부인과의 소통을 위해 면회나 스마트 접견을 할 수 있지만 10분 이하의 시간적 제한으로 전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 못하거나, 편지와 같이 수발신 시간이 길어 즉각적인 소통이 어려운 때에도 변호인 접견은 매우 유용하다. 변호인을 통하면 즉각적으로 내용을 전달하고 피드백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보다는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폐쇄된 공간인 구금시설 내부에서는 여전히 인권침해(과밀수용 등)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변호인은 수용자의 권리 보호자로서 감시자의 역할도 수행한다. 변호사가 의료 환경과 처우, 부당한 징벌 등 수용자가 안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형사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는 접견을 변호사의 제1덕목이자 임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각자의 일정과 업무 스타일에 따라 변호를 준비하겠지만 16년간 변호사를 하고 있는 내가 경험한 바로는 법리적 논리를 준비하는 것만큼 수용자와의 소통은 필수적이라 여겨진다.
수용자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와 자세를 기본으로 했을 때 성공적인 재판을 많이 이끌어냈다. 변호인과 미결수용자 간의 소통은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헌법적 권리의 실현이자 형사사법의 정의를 실현하는 핵심적 수단이다. 오늘도 나는 최상의 재판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구치소를 방문한다.
수용자와의 소통이야말로 성공적인 재판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그러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