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자의 재범 예방과 사회 복귀를 돕겠다며 추진된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통신비 지원 사업이 ‘불법 개통’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실적 압박에 밀려 본부가 가족 명의 개통을 사실상 지시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책의 근본 취지부터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복수의 공단 내부 제보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해 10월 특정 통신사와 협약을 맺고 ‘해피콜 통신비 지원 사업’을 출범시켰다.
이는 형 집행을 마친 출소자 중 통신요금 체납 이력이 없는 선착순 3,000명을 대상으로, 월 5만 원 한도 내 통신요금 및 단말기를 6개월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사업 실적은 부진하다. 8개월간 실제 신청 건수는 600여 건에 불과했고, 이 중 절반은 체납 이력으로 개통이 불가했다. 공단이 5월까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신청 636건 중 실제 개통 완료 건수는 311건. 같은 기간 동안 약 3만 명이 출소한 것을 고려하면 신청률은 고작 1%대에 불과하다.
공단 내부 관계자는 “출소자 다수가 신용불량자인 상황에서 50% 개통률 자체는 나쁜 수치는 아니지만, 애초에 신청이 거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본부가 정작 출소자에게는 정보 전달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외부 행사나 대외 홍보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본부가 일선 직원들에게 ‘출소자가 오면 의무적으로 가입시키라’는 식의 지침을 내려보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직원은 “본부는 출소자를 위한 실질적 홍보는 전혀 하지 않으면서, 출소자가 지부에 방문하면 무조건 신청서를 받으라고 한다”며 “사업의 본질적 성과는 뒷전인 채, 실적만 요구하는 탁상행정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실적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공단 본부는 최근 ‘가족 명의 개통’을 추진하는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내부 문건에는 “체납으로 본인 명의 개통이 어려운 경우, 가족 명의로 개통을 추진하라”는 지침과 함께, 오는 2025년 8월부터 요금제를 월 5만 5천 원으로 상향 적용하고, 서류 간소화 및 가족 명의 계좌 제출까지 요구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일선 직원들 사이에서는 “명백한 불법 개통 지시”라며 반발이 거세다. 한 지부 직원은 “우리는 통신판매원이 아니다.
출소자가 상담하러 오면 무조건 가입시키라는 본부의 지시는 실적 채우기용 전시행정”이라며 “개인정보 동의도 불명확한 상황에서 가족 명의 개통까지 강요하는 건 명백히 위법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공단 내부에서는 해당 사업을 총괄하던 본부 실무 담당자가 최근 사직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더 시사법률>이 공단 보호정책과에 확인한 결과 “담당자가 퇴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 사정으로 인한 것이며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내부에서는 실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사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홍보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연간 5만 명 이상의 출소자 중 가석방 출소자는 약 1만 명에 불과하지만, 공단은 일부에 해당하는 가석방 교육 현장에서만 해당 사업을 홍보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사업 정보를 접하는 출는 한 개소당 매달 20여 명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검찰 출신 인사가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공단 구조의 내재적 한계 역시 지적된다. 실제로 과거 몇몇 인사를 제외하면 역대 공단 이사장은 대부분 검찰 출신으로 채워져 왔다. 이로 인해 공단 직원들 사이에는 “현장을 모르는 ‘위에서 내리꽂는 정책’이 반복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실제 공단 이사장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피콜’ 사업이 “출소자에게 안부 전화를 걸어 재범을 예방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더 시사법률> 취재 결과 해당 사업은 실질적으로 지원 이후 출소자가 특정 통신사를 유지하는지 확인·감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사업 목적을 사실과 다르게 설명한 ‘허위 인터뷰’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민의 윤수복 변호사는 “출소자들의 통신불량 이력과 신용도 문제를 고려하면 600명 신청에 50% 선정률은 나쁘지 않은 성과”라며 “그러나 8개월 동안 3만 명이 출소했는데도 신청자가 600명에 그쳤다는 건, 공단이 정작 보호 대상자인 출소자보다 외부 홍보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이유로 가족 명의 개통을 유도하는 건 보호가 아니라 부담 전가”라며 “실효성보다는 형식적 실적 채우기에 더 초점을 맞추기보다, 출소자 지원의 핵심인 ‘자립’에 사업 목적을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