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기 80% 미만 가석방, 10년 새 14배 급증… ‘맞춤형 교정’ 기조 강화

2024년 전체 가석방자 37.4%
형기 80%도 채우지 않아

최근 10년간 형기의 80%를 채우지 않고 가석방되는 수형자의 비율이 1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형기 말기 수형자 중심이었던 가석방이, 최근에는 교정 성과와 사회 복귀 가능성을 반영해 집행률 70%대 수형자에게도 적용되는 추세다.

 

법무부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가석방이 허가된 수형자는 총 1만 1,115명이다. 이 가운데 형기의 80% 미만을 복역한 수형자는 4,156명으로, 전체의 37.4%를 차지했다.

 

이는 2015년 동일 기준의 비율인 5.3%(291명)과 비교하면 약 8배 증가한 수치이며, 실제 인원 기준으로는 약 14.3배 늘어난 것이다.

 

또한 형기 70% 미만의 집행률로 가석방된 수형자 역시 2015년에는 단 2명(0.0%)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1,197명(10.8%)으로 증가해 가석방 제도의 문턱이 실질적으로 낮아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석방 기준은 형법 제72조 및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21조에 따라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복역한 수형자를 대상으로 하며, 교정 성과·범죄 경위·건강 상태·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사한다.

 

그러나 실무상 형기 80% 이상을 채운 수형자가 가석방 심사에서 우선시되어 왔기 때문에, 최근 80% 미만 수형자의 가석방 확대는 교정 정책의 기조 변화로 해석된다.

 

특히 조건부 가석방 확대가 이러한 변화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조건부 가석방 허가자는 총 121명이며, 이 가운데 치료조건부가 73명(정신질환자 42명, 마약류 사범 31명)으로 가장 많았다. 조건부 가석방은 단순한 석방이 아니라 치료나 직업 유지 등을 조건으로 설정해, 출소 이후 사회 복귀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로 최근 가석방 정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비처우급별 허가 동향에서도 완화처우급 수형자에 대한 가석방이 65.9%로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반처우급 수형자의 비율도 14.6%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개방처우급 수형자는 19.1%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으며, 이는 특정 유형에만 편중되지 않는 균형 잡힌 심사 기조로 해석된다.

 

반면 형기의 90% 이상을 채운 수형자에 대한 가석방은 2024년 기준 1,354명(12.2%)으로, 2015년의 2,112명(38.5%)에서 절반 이상 감소했다. 과거 가석방 대상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던 이들이 이제는 소수로 전환되면서, 가석방 제도가 점차 완화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셈이다.

 

가석방 이후 재복역률은 최근 5년간 평균 6.8% 내외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4년 기준으로는 6.6%로, 2019년(7.3%) 대비 0.7%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법무부의 조건부 가석방 등 맞춤형 사회 복귀 지원이 실제로 재범 방지에 효과를 보이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법무부 관계자는 “가석방은 단순 조기 석방이 아니라 교정 성과, 사회 복귀 가능성,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시행되는 제도”라며 “형기 충족률보다는 수형자의 실질적인 변화와 지역사회 복귀 가능성을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태하 최승현 대표 변호사는 “장기수나 취약계층 수형자일수록 출소 후 생계 불안과 재범 위험이 크다”며 “가석방 이후 취업이나 주거 안정에 조건을 두는 방식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교정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지역사회와 협력한 통합형 복귀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실질적인 재사회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