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거창구치소)

 

혼인신고

 

저에겐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습니다. 짧은 연애를 마치고 작년 1월 초 살림을 하나로 합쳤습니다. 이후 간단하게 결혼식과 혼인신고를 할 예정이었지만, 3개월 뒤 아내를 만나기 전 사건이 불거지면서 그간의 소중한 시간을 뒤로한 채 저는 구속되고 말았습니다. 아내에게는 ‘잠깐 거래처 좀 다녀오겠다’는 말을 했던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아내는 접견을 올 때마다 울기만 하였습니다. 아내와 저는 12년 차 띠동갑입니다. 아내는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었고, 저는 아내를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기다리지 말라고 권했지만, 아내는 되레 저를 나무랐습니다. '이런 일로 끝낼 거면 당신을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마음 약해지지 말라고 오히려 저를 위로해주었습니다.

 

수용 생활을 하면서 이혼하고 헤어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고, 저 또한 그런 경우를 많이 봐 왔기에 자신은 없었지만 아내의 말을 듣고 최선을 다하고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편지를 쓰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아내 또한 늘 답장을 보내며 접견을 와 주었고, 저희는 사실혼 관계임을 인정받아 한 달에 두 번 전화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재판에 재판을 거쳐 13개월을 쉼 없이 달려왔고, 결정된 형량이 생각보다 높아 저도 아내도 또 한 번 좌절을 느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아내가 걱정이었고, 저는 법 앞에서뿐만 아니라 아내 앞에서도 죄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매일 편지를 썼고,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감사 공모전’에도 참여했습니다.

 

그러던 중 아내가 뜻밖의 말을 꺼냈습니다. 저와 혼인신고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차마 말을 꺼낼 수가 없었는데, 아내가 먼저 말해 주니 눈물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프러포즈는 꼭 해 달라고 했고, 그렇게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신분증 없이는 혼인신고가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신혼집에서 5시간이나 걸리는 교정시설로 이송을 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활하고 있는 교정시설과 인근 행정복지센터의 도움으로 겨우 신분증을 발급받았지만, 아내에게 ‘접견 와서 신분증을 받아 가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아내도 직장 상황으로 인해 일반 접견을 올 수 없었습니다. 혼인신고를 언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고, 아내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렇게 또 다시 시간은 흘렀고, 여느 때처럼 아내에게 전화를 했는데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미안함과 감사함이 교차해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2025년 7월 4일 금요일 10시 30분. 저는 20분간의 화상 접견을 통해 아내에게 프러포즈했습니다. 아내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접견을 마치고 아내는 홀로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지금은 결혼식도, 신혼여행도 꿈만 같은 이야기인지라 아내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지만,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한 마음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진심을 다해 사랑한다고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습니다.

 

다시 한번 신분증 발급을 위해 애써 주신 교정시설 관계자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함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