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테헤란] ‘암묵적 동의’...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야 하는 진술

‘합의 있었다’ 주장만으론 부족해
성범죄에서 중요한 ‘객관적 증거’

 

성범죄 사건에서 무혐의와 기소를 가르는 요건은 바로 강제력의 행사 여부다. 양측 동의가 있는 성관계나 스킨십은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성범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문제는 합의가 있었다는 걸 객관적인 증거로 밝혀야 한다는 데 있다. 단순히 주장만 해서는 수사기관에서 이를 믿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합의를 확인하기 어렵다면 사건 전후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피해자로 보기 어려운 정황은 없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성관계나 스킨십은 본질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사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황이 조금이라도 수상해 보이거나, ‘행운’이 따른다고 느껴질 정도로 관계가 빠르게 진척된다면 자리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대방에게 다른 목적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합의를 주장하기 위해서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진술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진술은 오히려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한 의뢰인이 ‘숙박업소에 함께 가자고 한 것이 곧 성관계에 동의한 것 아니냐’고 묻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은 ‘두 사람이 함께 숙박업소에 갔다’는 점뿐이다. 실제로 성관계에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암묵적 동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순간, 성관계나 스킨십이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만 드러나게 되어, 방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스킨십을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관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식의 진술도 피해야 한다. ‘분위기’라는 것은 주관적인 해석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그 해석이 항상 법적 기준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분위기가 좋았다”는 식의 설명은 피해자 측으로부터 “반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롱한다”는 반감을 살 수 있고, 수사기관에서도 전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따라서 ‘그럴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는 식의 표현은 절대 삼가야 한다.


그래서 성범죄 사건의 합의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사건 전후의 상황을 입증할 수 있는 간접 증거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녹음 파일은 불법 증거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방어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녹음 내용에 피의자에게 불리한 정황이 담겨 있을 경우, 오히려 혐의를 인정하는 증거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사건을 시간순으로 디테일하게, 치밀하게 분석하는 과정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이 방어 전략의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