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옥바라지 카페에는 “변호사 선임했다가 취소하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남편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된 A 씨가 올린 사연이다.
A 씨는 “오늘이 사건기록 열람 날이라 전날 사무장에게 복사 요청을 했고, 직접 찾으러 가겠다고 문자도 남겼는데 아무 연락이 없더라”며 하소연했다. 이어 “사무장은 중요한 합의나 처벌불원서 관련 업무에 대해서도 ‘그런 건 가족이 하셔야죠’라며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더 답답한 건 변호사와의 소통이었다. A 씨는 “남편이 구치소에서 ‘변호사는 왜 접견 한번 안 오냐’고 불만을 제기해 사무장에게 요청한 뒤에야 접견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접견 이후에도 변호사 측은 A 씨에게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고, 남편 역시 “변호사가 그냥 합의금은 500만 원 정도 생각하라고만 했을 뿐, 별다른 말은 없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A 씨는 “선임비를 줬는데, 변호사를 잘못 고른 것 같아서 취소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환불은 받을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변호사 선임은 의뢰인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 다만 선임비 환불은 계약 내용과 실제 수행한 업무량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중앙지법 2025나1329 판결도 “계약이 중도 해지되더라도, 변호사가 일정한 업무를 했다면 상당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연락 두절, 사건 방치 등 ‘성실의무’ 위반이 입증된다면 일부 환불이 가능할 수 있다.
A 씨의 사례처럼, 변호사와 직접 소통이 단절되고 사무장이 전담 응대하는 구조는 이른바 ‘사무장 변호사 사무실’로 불린다.
송사에 휘말린 이들에게 변호사는 벼랑 끝에서 움켜쥘 최후의 지푸라기와 다름없다. 하지만 변호사의 행정 보조를 위해 고용된 사무장들이 법의 한계와 자신의 재량을 넘어선 영역까지 개입하면서, 오히려 의뢰인을 벼랑 아래로 떠미는 경우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변호사를 대신해 무심코 상담을 진행했던 사무장이 어설픈 지식으로 절차를 맡는 사이, “변호사 얼굴 한 번 못 봤다”는 피해자들이 생기고, 이들은 경제적 손실은 물론 억울한 옥살이까지 떠안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무장 중심 사무실은 내근·외근 사무장으로 나뉘며, 일부 로펌에서는 여전히 수임료의 일정 비율을 사무장에게 커미션으로 지급하는 관행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사무장이 사건을 주도하게 되고, 변호사와 의뢰인 간 소통이 단절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천지방법원 2○○○고단○○○○○ 판결에서는 한 법무법인의 사무직원이 외근 사무장 9명에게 수임료의 약 30%를 리베이트로 제안해 총 213건의 사건을 유치했고, 이 과정에서 14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사무장 중심 구조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복수의 제보자는 외근 사무장들이 활동하는 옥바라지 커뮤니티 ‘안기모’에서는 특정 로펌을 홍보하는 게시글과 댓글이 반복적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들은 “커뮤니티에 ‘○○ 변호사님 추천드립니다’라는 형식의 공지글이 올라오고, 댓글에는 A로펌 소속 사무장과 마케팅 담당 직원들이 ‘뭐 워낙 소문이 자자하신 분이에요’, ‘사무장님 한 번 만나보세요’, ‘사무장님 진짜 친절하세요’ 등 선임을 유도하는 내용을 다수 작성하고 있다는 것이 제보자들의 설명이다.
제보자들은 또 “현재 카페 내에서 활동 중인 A로펌 관계자만 최소 5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일부는 대한변협의 조사가 시작되자 기존 계정을 삭제하거나, 자신을 출소자로 가장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민 윤수복 변호사는 “사무장이 단순한 행정 지원을 넘어 사건 상담이나 진행을 맡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며 “비변호사의 법률상담은 변호사법 위반 소지도 크고, 변호사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사무장을 통해서만 소통하고, 합의나 처벌불원서 확보도 전적으로 의뢰인에게 맡기는 건 책임 방기”라며 “이럴 땐 변호사와 직접 소통을 요청하고, 소통이 계속 단절되면 환불이나 계약 해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합의는 당사자가 나설 경우 감정적 충돌로 실패하거나 피해자에게 접근이 어려운 만큼 변호사가 중재자로서 조율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엇보다 변호사 선임 시에는 반드시 변호사와 직접 상담하고 계약해야 하며, 실질적 설명 없이 사무장 중심으로 계약이 이뤄지는 구조라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