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4년 성폭행에 저항하다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최말자(78) 씨 사건에서 검찰이 61년 만에 “정당방위”를 인정하며 무죄를 구형했다.
23일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심 첫 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은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한 방어행위로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정당방위로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갑작스럽게 가해진 성폭력 범죄에 대한 피해자의 방어행위는 과하지 않고, 위법하지 않다”며 “피해자 보호가 검찰의 본분임에도 과거 검찰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갔다”고 자성했다. 이어 “성폭력 피해자로서 마땅히 보호받았어야 할 최씨께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드린 점에 대해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씨의 변호인은 “이 사건은 시대가 변했기에 무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에도 무죄였던 사건”이라며 “검찰과 법원이 과거 세대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배 변호인들이 남긴 미완의 변론을 이제서야 완성한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최후진술에서 “국가는 1964년의 그날을 어떤 방식으로도 책임질 수 없다”며 “피해자의 고통을 잊지 말고, 성폭력 없는 세상을 위한 법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최씨는 1964년 만 18세였던 당시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 노모(당시 21세)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가해자인 노씨는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강간미수는 기소되지 않았다.
최씨는 2020년 재심을 청구했으나 1·2심 법원은 “불법구금이나 강요된 자백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검찰의 불법구금 정황이 있고, 사실조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후 올해 2월 부산고법이 재심 개시를 결정했고, 이날 재심 재판부는 결심까지 함께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