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회생계획서에 수입 일부 누락했더라도…인가 결정에 영향 없으면 사기죄 아냐”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수입을 일부 누락 기재했더라도, 그 내용이 회생계획 인가 여부나 결정 내용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수의사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서울 강남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던 A씨는 프랜차이즈 사업 실패로 수억 원의 빚을 떠안자 2017년 9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같은 해 10월 회생개시 결정을 받았다.

A씨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면서 월 수입을 경기 안산의 동물병원에서 받는 440만원 급여로만 기재했으며, 아내 명의 계좌로 받은 추가 수당은 누락했다. 이후 그는 2018년 7월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받아 절차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A씨가 허위 재산 관계 기재로 채권자 총 31명의 채무 11억7천427만원 중 7억3천532만원을 면제받아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며 사기죄로 기소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허위 진술을 근거로 회생계획 인가가 이뤄졌다고 보고 유죄를 인정했다. 추가 수당까지 포함할 경우 실제 수입이 훨씬 많았고, 이에 따라 상환 가능 금액과 면제 비율, 보고서 내용 등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대법원은 “회생절차의 특성상 사기죄 성립에는 단순한 사실 누락만으로는 부족하며, 허위 내용이 인가 결정 자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추가 수당에 대한 법률적 평가를 잘못했을 여지가 있으며, 고의로 허위 자료를 제출한 정황도 없다”며 “수당 누락으로 인해 인가 결정 여부나 변제율이 실질적으로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이 사기죄 성립 요건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