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수임료 약속 지켰는데 일방 사임…“소송서류 받으려면 10만 원”?

 

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 수용자가 약속된 수임료 지급일을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가 일방적으로 사임계를 제출한 뒤 소송서류를 건네는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지난 5월 8일 서울 서초동 소재 G법무법인 소속 B변호사에게 형사사건을 의뢰하며 매달 15일 수임료를 분납하기로 계약했다. G법무법인은 하남과 마곡에 분사무소를 두고 있다.

 

A씨는 “5월 23일 첫 면회 후 약속된 금액을 지급했다”며 “6월 10일 다음 면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변호사가 일방적으로 면회를 취소하고 재판부에 사임계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사임 사유를 확인하기 위해 B변호사에게 편지를 보냈고, 돌아온 답변은 “신뢰가 깨져서 변호를 계속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G법무법인 관계자는 더 시사법률에 “의뢰인이 수임료를 늦게 납부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A씨는 “계약 당시 매달 15일에 입금하기로 약정했고, 첫 납부일 이후 6월 15일이 돼야 두 번째 입금이 예정돼 있었다”며 “그런데 6월 10일, 아무 말 없이 사임계를 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7월 16일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는데, 한마디 상의도 없이 사임계를 제출해 새 변호사를 선임하고 증인신문을 준비해야 했다”며 “그 과정에서 소송서류를 요청했더니 B변호사가 ‘서류를 받으려면 10만 원을 보내라’고 말해 조롱당하는 느낌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G법무법인 관계자는 “해당 변호사가 다른 사건으로 바빠서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만 밝혔으며, 본지는 B변호사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A씨는 “재판장에게 이러한 사정을 서면으로 제출해 겨우 기일을 연기했다”며 “약속을 지켰음에도 일방적으로 사임하고, 서류 전달 대가로 돈을 요구한 변호사에게 어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호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민법 제686조는 수임인이 위임사무를 완료한 후가 아니면 보수를 청구할 수 없고, 중도 해지 시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보수만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또 민법 제2조는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이 신의에 따라 성실히 이뤄져야 하며, 권리 남용을 금지한다.

 

판례에서도 변호사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는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은 변호사가 소송대리를 맡은 경우 변론기일에 출석해 의뢰인에게 유리한 진술과 증거 제출 등 성실한 소송행위를 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59.11.26. 선고 4292민상271).

 

서울중앙지법 2022나21834 판결은 변호사가 위임사무를 완료하지 않고 중도에 사임했다면, 받은 성공보수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봤다. 또한 서울중앙지법 2019.5.1. 선고 2018가단5068649 판결에서는 변호사가 사임 후 의뢰인에게 사건 기록 일체를 반환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임을 명확히 했다. 이에 대해 별도의 비용을 요구한 행위는 변호사의 직업윤리에 반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법무법인 민 윤수복 변호사는 “중요한 증인신문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사임한 것은 의뢰인의 이익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는 행위”라며 “변호사가 위임사무를 완료하지 않고 중도에 사임했다면, 이미 지급한 수임료 중 일부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