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서열 꼴찌, 난 돈 버는 기계” 부동산 1타 강사는 왜 살해되었나

부동산 공법 1타 강사 사망 사건
부부싸움 중 우발적 범행 주장해

동등하지 않은 부부 사이에 주목
혈흔 등 증거로 살인 혐의로 구속

 

“나는 맨날 일만 해”.


남편이 보낸 문자에 아내는 답이 없었다. 나머지 재산은 다 줄테니 이혼 후 전세금만 해달라는 남편의 부탁은 일주일 뒤, 새벽의 정적을 깨는 사이렌 소리로 돌아왔다.

 

지난 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한 남자의 죽음을 추적했다.

 

부동산 공법 1타 강사로 유명세를 떨치던 최 모 씨였다. 최 씨의 사망 사실을 알린 건 그의 아내였다. 지난 2월 15일 새벽 3시경, 그녀가 직접 “남편이 숨을 쉬지 않는다”며 경찰에 연락해 왔던 것이다.

 

경찰이 부부의 자택에 도착해보니 최 씨는 피를 흘린 채 거실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을 크게 다친 상태였고, 그 옆에는 양주병과 부엌칼이 놓여 있었다. 최 씨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1시간 만에 숨지고 만다.

 

최 씨의 사망으로 A 씨에겐 상해치사 혐의가 적용됐다.

 

A 씨는 부부싸움 중 남편이 부엌칼을 들이댔고, 본인이 이에 방어하려다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아내 A 씨가 우발적으로 휘둘렀다는 흉기는 1.75L 크기의 양주병이었다.

 

최 씨와 아내 A 씨는 강사와 제자로 만나 백년가약을 맺은 18년차 부부였다. 최 씨는 초혼이었지만 A 씨는 재혼으로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이 있었다.

 

A 씨는 평택에, 최 씨는 서울에서 지내는 주말부부였지만, 두 사람은 주위에 잉꼬부부로 알려져 있었을 만큼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실제로 방송 제작진이 부부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확인해 보니, 2019년 전까지 서로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다정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2021년부터 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A 씨가 최 씨를 의심하는 듯한 메시지를 자주 보냈고, 최 씨는 A 씨에게 이혼을 수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최 씨의 이혼 요구는 매번 거절됐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부부의 대화 내용을 보고 “둘 사이가 동등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4억 전세금만 해달라”, “나 왜 돈 벌지”, “내가 불쌍하다” 등의 최 씨의 호소에도 아내는 무시로 일관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부분은 아내의 통제욕이었다.

 

특히, 경제적 주도권을 본인이 갖고 있으면서 현재와 같은 삶의 패턴을 유지하려는 욕망이 읽힌다는 분석이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부동산 붐이 일면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이 많았고, 부동산 공법 1타 강사로 유명하던 최 씨의 수입은 꽤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수입을 모두 아내에게 보내고 본인은 고시원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평소 강의에서 “나는 집안 서열 꼴찌다. 집에 들어가면 강아지만 나를 반겨준다”는 등 푸념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해 큰 병으로 수술한 것을 계기로 스스로를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새 삶을 다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망하게 된 것이다.

 

 

아내 A 씨는 자신이 양주병으로 상해를 가했음을 인정하는 한편, 방어적인 행위였음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에 경찰도 부부싸움 중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보고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경찰이 이후 보강조사에서 최 씨의 혈흔이 튄 방향을 토대로 살인 혐의로 변경해 A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다시 했다.

 

이에 제작진이 과학수사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 씨의 정당방위 주장을 파고들었다.

 

전문가들은 최 씨의 혈흔 자국을 바탕으로 피해자가 누워있는 상태에서 살해당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A 씨는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최 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동료와 제자들의 진심 어린 추모가 이어졌다. 그는 열정 많은 강사였고, 학생들에게 진정성 있던 선생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일을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여보, 난 돈 버는 기계야. 이러다 죽으면 끝이잖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한 남자의 마지막 외침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조차 외면당한 한 인간의 절박한 구조 신호였다.

 

누군가의 친구이자 선생이었던 그의 인생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러나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그의 죽음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