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실려(포향교도소)

 

물결치며 흘러가는 바람아
지나가는 길이라면 나의 호흡 한 줌 실어다가
아이들 잠결 숨소리에 엄마 호흡 얹어 주어
엄마의 숨소리 잠시나마 맡게 해주련

 

고요히 차가운 공기에 실려 날아가는 바람아
지나가는 길이라면 나의 눈물 한 움큼 받아다가
노부모 주름진 얼굴에 펴 주어
70평생의 마지막 그리움의 딸이 되어
죄송하다 전해주련

 

하얀 공기의 감촉이 너와 만나 실려갈 때에
바람아... 그때의 나에게로 가 줄 수 있으련
한없이 밝았고 맑았고 미소 가득했던
그 젊음의 시간으로 가서
후회하는 삶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전해주련

 

만질 수 없는 바람아
너에게 실려 멀리 멀리 흩날리며
날아가고 싶구나

 

소리 내어 울고 있는 후회의 시간들에게
바람 흘려 달래 보고 싶구나

 

바람에 실려 떠나보낸 나의 뜨거운 마음을
나의 그리운 이들은 받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