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로유] 대충 쓰면 독, 진심으로 쓰면 기회

양형자료보다 강력한 ‘진심 어린 글’
재판부도 사람… 마음을 울려야 한다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벽에 부딪힌다고 느낄 때가 있다. 변호사가 아무리 법리를 치밀하게 세우고, 수많은 양형 자료를 준비해도 결국 피고인 본인의 태도가 진심으로 드 러나지 않으면 답이 없다.

 

양형이 중요한 사건(음주운전 등)일수록 반성문은 핵심이다. 두꺼운 의견서가 재판부를 설득할 수는 있다 해도, 결국 재 판부가 진심을 찾는 부분은 피고 인이 직접 쓴 글이다. 그런데 반성문을 그저 ‘형식적 으로 내는 것’ 정도로 생각하며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

 

재판부는 매달 수백, 수천 장의 반성문을 받아본다. 베껴 쓴 문구나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라는 말만 반복되는 글, 진심이 담기지 않은 형식적 인 문장은 단번에 드러날 수밖에 없으며, 반성문 조차 제출 하지 않는다면 그 시험대에 오를 기회조차 잃는 것이다.

 

양형 사유의 하나로 피고인의 진심 어린 반성이 있다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변호사가 아무리 법리적으로 치열하게 다투더라도,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으 면 재판부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다. 반성문은 변호사를 위한 것도, 재판부를 설득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반성문 은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 잘못을 직시하고, 그 앞에서 부끄러워하며, 다시는 반복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글로 남기는 과정이다.

 

변명과 책임 회피가 묻어나는 글은 오히려 독이 된다. 억울함에 대한 항변은 변호사의 몫이다. 미필적 고의, 상 황을 몰랐다는 주장 역시 변호인의 의견서에서 다툴 문제 이지, 피고인의 반성문에 들어갈 내용은 아니다. ‘나는 아 무것도 몰랐다’는 태도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

 

스스로의 무지함을 탓하며 뉘우치고, 피해자가 입은 아픔에 공감해야 한다. 꾸며내지 않고 피해자가 겪은 고통을 똑같이 느끼며 후 회하는 진심에는 힘이 있다.

 

나는 여러 사건에서 이를 직 접 경험했다. 형량이 무겁게 선고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도, 의뢰인은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진심으 로 반성하고 후회하며 꾸준히 반성문을 쓰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총동원해 양형 자료를 준비했다.

 

의뢰인이 준비한 양형 자료들을 받아봤을 때 나 또한 의뢰인의 삶 에 공감하며 눈물지었고, 동시에 판사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졌다. 그 사건에서 의뢰 인은 결국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솔직히 실형이 나올 가능성이 다분한 사건이었다. 나 또한 서면으로 치열하게 싸우며 의뢰인을 위해 전심전력을 다했지만, 판사님의 마음을 움직인 마지막 열쇠는 의뢰인의 진심 어린 반성이었다고 생각한다.

 

몇 번이고 강조해도 부족하다. 내가 아무리 법리적으로 잘 싸워도, 피고인이 진 심으로 반성하지 않으면 판사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다.

 

형사재판도 사람의 마음이 오가는 자리다. 판사는 냉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지만 동시에 사람이다. 진심 없는 글은 한눈에 드러나고, 진심 어린 글은 가슴을 울린다. 그러니 반성문을 대충 쓰지 말자. 피해자의 고통을 인정하고, 그 앞에서 고개 숙이자. 그리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하지 않 겠다는 다짐을 글로 새기자. 그것이야말로 판사의 마음을 움직이고, 다시 삶을 시작할 기회를 만드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