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연속 회식 뒤 숨진 근로자…산업재해로 인정될까?

법원 “연속 회식 음주와 사망 인과관계 인정”

 

회식 과정에서 발생한 음주 사고가 산업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해당 모임이 업무의 연장선에 있었는지, 사용자 지배·관리 아래 있었는지가 주요 판단 기준으로 제시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22년 사흘 연속 저녁 회식에 참석한 뒤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숨졌다.

 

A씨는 3일 연속 이어진 회식에 참석했다. 첫날 회식은 백화점 관계자 접대를 위해 회사가 마련한 자리로 직원과 거래처 관계자 등 약 10명이 참석했고 비용도 회사 경비로 처리됐다. 다음 날 회식은 해외 법인 주재원과 본사 직원 간 친목과 격려를 위한 자리로 30명 이상이 참석해 상당량의 술이 소비됐다.

 

사망 전날에도 해외 법인 현지 직원들과 식사 자리가 이어졌으며 이 자리에서는 소주와 맥주뿐 아니라 위스키 등 도수가 높은 술도 함께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유족은 해당 회식이 업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었고 반복된 음주가 사망으로 이어졌다며 산업재해를 인정해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보기 어렵다며 보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사건은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

 

회식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가 산업재해로 인정되는지는 회식의 업무 관련성과 사용자 지배·관리 여부가 기준으로 작용한다. 대법원도 회식이 업무 수행의 연장선에 있고 사용자 지배·관리 아래 있었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 역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선고 2016두54589 판결).

 

또 회사 행사 이후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도 행사와 회식, 귀가 과정이 업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면 산재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대법원 선고 2018두35391 판결).

 

다만 모든 회식 사고가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행정법원은 2019년 회식 후 만취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해 통상적인 귀가 경로를 벗어난 행위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며 업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기준은 A씨 사건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재판부는 A씨가 참석한 회식이 거래처 접대와 해외 법인 협력 관계 유지 등 업무 수행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고 봤다.

 

특히 사흘에 걸쳐 반복된 음주로 체내 알코올이 충분히 분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음주가 이어진 점을 고려해 사망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또 마지막 회식이 개인 비용으로 결제됐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사적 모임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해외 법인 및 거래처와 긴밀한 업무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식사 비용 규모 역시 단순 친목 수준을 넘어선다고 봤다.

 

재판부는 반복된 회식과 음주 경위, 업무 관련성 등을 종합해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산업재해는 통상적인 업무뿐 아니라 그에 수반되는 활동까지 포함되지만 회식의 목적과 성격, 사용자 개입 정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