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는 여섯 건의 판결선고기일이 몰려있던 주라 하루하루가 무겁게 지나갔다. 법정에 들어서기 전, 그동안 쌓아온 서면과 증거, 의견서들이 과연 재판부에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수없이 물었다. 준비해 온 모든 전략이 제 역할을 다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다행히 모든 사건에서 원하는 방향의 결과를 얻었다. 구속 사건 세 건에서는 일부 무죄와 집행유예를 이끌어 냈고, 불구속 사건에서는 음주운전 3진에서 집행유예, 성매매 사건에서는 무죄 선고를 받아냈다. 민사사건인 이혼 재산 분할 사건에서도 통상적으로 5:5로 끝나는 분쟁을 75%까지 인정받으며 의미 있는 결론을 얻었다. 각 사건마다 전략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최선의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성과의 무게가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이런 결과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재범 위험 같은 불리한 요소를 하나씩 깨뜨리고, 피고인의 사정과 진심 어린 반성, 그리고 피해 회복을 위한 구체적 노력을 재판부에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는 단순히 한두 장짜리 서면으로는 도저히 부족하다. 사건의 전모를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리고 피고인의 삶의 맥락이 판사의 시각 안에 온전히 담길 수 있도록 여러 차례 의견서를 제출하고, 세세한 사실관계와 정황을 풀어내야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만 비로소 판결의 방향이 바뀌고, 최선의 결과가 현실이 된다.
결과가 전해진 뒤 석방된 의뢰인과 그 가족들과 통화하며 함께 울고 웃었던 순간은 여전히 마음 깊이 남아있다. 한 장의 판결문은 종이 한 장에 불과할지 몰라도, 누군가의 인생에서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문이 된다. 그래서 사건이 끝나는 순간은 단순한 안도감보다도 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오랜 시간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재판을 견뎌온 의뢰인들이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라는 말을 전할 때, 그 곁에서 함께 울며 위로와 용기를 나누는 순간은 변호사라는 직업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재판은 법리적 다툼이지만, 그 안에는 삶과 사람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첫걸음에 내가 동행했다는 사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무게감을 준다.
결국 변호사의 역할은 단순히 법정에서 다투는 것을 넘어, 무너진 시간을 다시 세우고, 상처 입은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 더 시사법률을 통해 구독자들을 만나면서, 예상치 못했던 인연들이 다가오곤 한다. 내 글을 읽고 용기를 내어 편지를 보내주신 분들, 직접 사건을 의뢰해 주신 분들 모두가 나에게는 소중한 만남이다. 모든 사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변호사로서의 기본이지만, 특히 더 시사법률을 매개로 맺어진 인연은 남다른 책임감을 안겨준다. 그래서인지 사건 하나하나를 대할 때마다 더욱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이미 선임해 주신 의뢰인의 사건을 최우선으로 챙겨야 하기에, 많은 편지를 꼼꼼히 읽으면서도 정작 모든 편지에 답장을 드리지 못하는 순간이 생긴다. 그럴 때마다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다만,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해 답변하려는 노력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작은 답장 한 줄이 절망 속에 있는 누군가에게는 의외의 위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은 멀고 재판은 어렵다는 말이 흔히 회자되지만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나의 글이 독자들에게 그 길을 이해할 작은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
돌아보면 이번 주는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판결은 겉으로 보기에는 변호사의 성적표처럼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것이 끝이 아니라, 의뢰인의 다음 삶을 설계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그래서 나는 판결이 선고된 직후에도 긴장을 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순간부터 다시 사건을 곱씹는다. 어떤 전략이 실제로 통했는지, 어떤 부분이 재판부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그리고 혹시 더 보완할 점은 없었는지 스스로 점검한다.
의뢰인이 바라는 선고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변호사에게 공통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 바람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단순한 운이나 기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법정에서 판사가 판결을 낭독하는 시간은 불과 몇 초에 지나지 않지만, 그 몇 초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 시간에 걸쳐 쌓아올린 서면과 의견서, 그리고 수많은 접견 기록이 바탕이 된다.
앞으로 나는 이 과정을 더 촘촘히, 더 설득력 있게 만들어 가고자 한다. 판결은 결코 단순한 종착지가 아니다. 그것은 의뢰인이 다시 사회로 발을 내딛는 출발점이자 무너졌던 삶의 퍼즐을 다시 맞추기 시작하는 첫 단추와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