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청] 형사 재판, 화려한 빅볼보다 묵묵한 스몰볼이 답일 수 있다

형사재판, 홈런이 아닌 ‘번트 안타’의 싸움
‘빅볼 환상’에 속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라

 

야구에는 1점, 1점을 짜내는 ‘스몰 볼’과, 시원한 홈런 한 방을 노리는 ‘빅 볼’이라는 두 가지 스타일이 있습니다. 화려하고 짜릿한 빅 볼이 보기에는 더 매력적일 수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형사 재판은 ‘빅 볼’보다는 ‘스몰 볼’로 진행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와의 합의를 이끌어 내고, 진심 어린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끈기 있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피고인뿐만 아니라 변호사에게도 쉽지 않은 여정입니다. 변호사가 편하게 서면 작업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재판부에 사정하여 기일을 속행해야 하고 그 사이에 가족들이 합의금을 마련해 주면 변호사가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합의를 사정하는 등 고되고 지난한 노력을 이어가야 합니다. 이렇게 헝그리 정신으로 처절하게 함께 뛰어야 하는 스몰 볼 전략은 힘들지만 끈기를 가지고 이어가면 승산이 높아지기에 실제로 대부분의 형사 사건은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부 변호사들은 이러한 스몰 볼 전략 대신, 겉으로만 화려해 보이는 빅 볼 게임을 권하기도 합니다. 일부 의뢰인들은 변호사가 아무런 전략도 제시하지 않았는데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에 현혹되어 ‘언젠가는 저분이 한 방을 쳐주시겠지’라고 막연히 기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빅 볼 위주의 전략은 거액의 수임료를 요구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고, 단순히 사건을 빨리 끝내려는 태도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사건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모르거나, 헝그리 정신으로 뛸 생각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정작 그들에게 “실제로 홈런을 몇 번이나 쳐봤냐?”, “홈런 더비에서 이겨본 적이 있느냐?”라고 물어보면 그런 경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구체적인 전략이나 경험도 없이 막연히 언젠가 홈런 한 방이 터지길 기다리거나, 단순히 상대 팀 감독과 친분이 있으니 좋은 공을 던져줄 것이라 믿는 것은 허황된 기대에 불과합니다.

 

사실 형사 사건은 이미 검사 입장에서는 승리를 확신하기 때문에 기소한 것입니다. 수사부터 재판까지의 전 과정이 피고인에게는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막연한 기대나 허황된 전략에 기대는 것은 승리와는 거리가 멉니다. 상대는 이미 필승의 전략으로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며 몰아붙이는데, 정작 우리는 제대로 쳐본 적도 없는 홈런 한 방만 바라보며 무작정 스윙만 크게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인생이 걸린 중요한 게임에서 막연한 환상에 사로잡혀 현실을 외면한 채 빅 볼만을 꿈꾼다면,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당사자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물론 모든 사건을 반드시 스몰 볼 전략으로만 풀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본인 사건이 어떤 전략이 필요한 게임인지부터 정확히 판단해야겠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피해자와 합의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한 걸음씩 차분히 나아가는 스몰 볼 전략이 의뢰인에게는 진정한 승리의 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장은 힘들고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가장 현실적이고 안전한 방법일 수도 있다는 조언을 드립니다. 인생이 걸린 중요한 승부에서 부디 현명하고 현실적인 전략을 선택하셔서 좋은 결과를 얻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