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불법 범죄단지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우리 국민이 12시간 만에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 도착했지만, 근무 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1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감금 피해자 A씨는 지난 4월 범죄단지에서 탈출해 오전 6시께 프놈펜의 한국 대사관에 도착했으나, 근무 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들어가지 못했다.
A씨가 촬영한 영상에는 대사관 앞에서 전화를 걸어 “지금 바로 들어갈 수 없느냐”, “주차장이라도 있을 수 없느냐”며 애원하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러나 대사관 관계자는 “저희 대사관이 오전 8시에 문을 연다”고 답했고, 전화를 바꿔받은 다른 관계자 역시 끝내 입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A씨는 결국 대사관 인근 가게를 전전하며 2시간가량 기다린 뒤에서야 업무를 시작한 대사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탈출 전 옷 속에 숨겨둔 휴대전화로 대사관에 구조를 요청하는 문자까지 보냈지만, “정확한 위치와 사진을 보내 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A씨는 “감금 상태에서 감시를 받으며 폭행당하는 상황에서 사진을 찍거나 위치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했다”며 “외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A씨 가족이 국내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경찰은 “납치된 게 아니라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A씨는 “프놈펜에 있는 대사관에만 가면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오후 7시쯤 범죄단지 뒷문을 통해 탈출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총을 맞아 죽을 수도 있지만 차라리 죽겠다는 마음이었다”며 “밤새 걸어서 히치하이킹을 하고, 현지인 차량에 얻어타며 대사관까지 왔다”고 했다.
탈출 과정에서 승합차가 지나가면 풀숲에 숨어 몸을 숨기기도 했고, 다시 잡혀갈 경우 누군가 신고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얼굴이 나오도록 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시아누크빌에서부터 계속 걸어와 너무 지쳤고, 대사관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는 시간 동안 다시 잡혀갈까 봐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