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도소, 인성교육 안 받았다고 출역 제한?…법적 근거 없는 '자의적 차별' 논란

교정의 본질을 잃은 행정 편의...재사회화는 뒷전
“성소수자라 출역·교육 안 된다”…형집행법 위반 소지
법무부 “교육 미이수 불이익 없다” 답변…현장 개선 시급

 

일부 교정시설이 수용자에게 ‘집중인성교육을 받지 않았다’거나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출역·직업훈련·방송통신대 지원 등 교화활동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형집행법과 법무부 예규 어디에도 이러한 제한을 허용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아, 법적 근거 없는 자의적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더시사법률> 취재 결과 복수의 교정시설에서 특정 수형자들이 인성교육 미이수를 이유로 직업훈련에서 제외되거나 출역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한 수형자는 본지에 “담당 교도관이 ‘성소수자는 인성교육이 불가능하다’며 참여를 막고 출역 신청도 같은 이유로 반려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수형자도 “인성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역이 제한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법무부의 공식 입장은 다르다. 법무부는 <더시사법률> 질의에 “집중인성교육 미이수를 이유로 출역이나 직업훈련을 제한할 수 없다”며 “성소수자라고 해서 교육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은 법적으로 있을 수 없고,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히 관리·감독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제5조는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또 법무부 예규 제3절 ‘집중인성교육’ 제12조는 “소장은 모든 수형자를 대상으로 집중인성교육을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법령 어디에도 ‘인성교육 미이수자는 출역이나 직업훈련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부 교정시설은 ‘안전상의 이유’ 또는 ‘교육 미이수’를 근거로 인성교육 미참여 수형자를 출역에서 배제하고 있어, 법과 예규 모두를 위반한 자의적 처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 지연이 과밀수용 악화” … 현장선 ‘행정 편의’ 작용


현장에서는 인성교육 지연이 과밀수용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외부 강사 초빙 예산 부족 등으로 교육 일정이 수개월씩 지연되면서 출역 대기자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과밀수용, 교육 인력·시설 부족 등으로 교육 대기 인원이 발생하고 있으나, 인성교육 미이수와 출역 제한은 직접적 관련이 없다”며 “외부 강사료 단가 인상 등으로 교육 인프라 확충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중인성교육은 재범 방지와 사회복귀를 위한 교화 프로그램으로, 학술단체 공동연구에서도 우수한 효과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선 교도관들의 평가는 다르다. 한 교정시설 관계자는 “인성교육 도입 전에는 미지정 사동 인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수용자를 출역시켰지만, 도입 이후론 교육을 받기 전에는 출역을 시키지 않아 미지정 인원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 부족으로 외부 강사를 초빙하지 못해 6개월 이상 대기 중인 수용자가 많다”며 “교육 효과도 불분명한데, 오히려 출역을 막는 명분으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도관은 “직업훈련 담당자 입장에서는 인성교육 일정이 잡히면 몇 주간 전일 교육으로 빠져 작업이 중단되기 때문에, 차라리 교육 미이수자를 선발하지 않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실제 교정교화를 위해서는 직업훈련이나 작업이 더 중요하지만, 인성교육이 행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여주기식 행정이 교화 본질 훼손” … 전문가 “구조적 개선 시급”


포항교도소에 수용중인 수형자의 가족이 본지에 제보한 녹취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확인됐다. 제보자는 “방통대 지원 과정에서 ‘인성교육 이수 여부가 평가요소 중 하나’라며 지원이 제한됐다”며 “소측은 대구교정청에 인성교육 기회를 요청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강사를 초빙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결국 인성교육이 ‘재사회화’를 위한 교화 프로그램이 아니라 오히려 ‘출역 제한의 전제조건’이자 ‘과밀수용의 원인’으로 오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정 전문가들은 단순히 교육 운영상의 문제가 아니라, ‘보여주기식 행정편의주의가 교화의 본질을 잠식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인성교육 제도의 취지는 재범 방지와 사회복귀를 돕기 위한 것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교육 미이수를 이유로 수용자의 근로·학습권이 제한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강성준 활동가는 “집중인성교육이 교화 프로그램으로서의 목적을 넘어 행정상 통제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면, 이는 제도의 본질이 훼손된 것”이라며 “형집행법이 보장한 평등처우 원칙에 따라 교육 기회와 출역 기회를 분리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정행정이 실적 중심으로 흐르면서 교육 이수율을 관리지표로 삼고, 미이수자에 대한 불이익이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구조가 생겼다”며 “이런 관행은 결국 수용자의 교화 의지를 꺾고, 재사회화라는 형집행의 목적에도 역행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