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인을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겨 20여 일간 감금·협박당하게 한 20대 일당이 1심에서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인신매매 조직 단지’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공모자에 대한 첫 중형 선고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엄기표 부장판사)는 22일 국외이송유인, 피유인자국외이송,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감금) 혐의로 기소된 주범 신모씨(20대)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 구형량(징역 9년)보다 1년 늘어난 형량이다.
재판부는 “신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고, 재판 과정에서도 반성문 한 장 제출하지 않은 채 억울함만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공범 박모씨에게는 징역 5년, 김모씨에게는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공범들 또한 위협을 이유로 들었지만, 피해자를 해외 범죄단지로 넘긴 책임이 가볍지 않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피고인들의 행위는 단순 가담 수준이 아니라 인신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 반사회적 범행”이라며 “해외 범죄조직과의 연계를 통한 범죄의 파급력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수사 결과, 신씨 일당은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A씨가 보이스피싱 범행 제안을 거부하자 “캄보디아 관광사업 계약서를 받아오면 채무를 없애주겠다”고 속여 비행기로 보내 현지 조직원에게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캄보디아와 베트남 국경 인근의 일명 ‘보이스피싱 단지’에 감금돼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겼고, 본인 명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다. 계좌가 정지되자 현지 조직원들은 ‘대포통장 명의자가 고문당해 사망한 영상’을 보여주며 “부모에게 돈을 보내라”고 협박했다.
신씨 등은 A씨의 부모에게도 “아들을 구출하려면 돈을 내라”고 금전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약 20일간 감금됐다가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의 협조로 구출됐다. 당시 A씨가 갇혀 있던 단지는 철조망과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 구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