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도 없었다…‘복싱대회 중학생 뇌사’에 협회 등 5명 입건

안전계획 미수립·응급체계 부실·무자격 지도자 등
경찰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추가 입건도 검토”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전국시도복싱대회에서 중학생 선수가 경기 도중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대한복싱협회 관계자 등 5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현장에서는 의료진조차 배치되지 않은 채 경기와 응급 대응이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대한복싱협회 관계자 A씨(50대)와 심판, 복싱관장 등 5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대회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응급조치와 선수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사고는 지난달 3일 서귀포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시도복싱대회에서 발생했다. 전남 무안의 중학교 3학년 B군이 경기 중 상대의 강한 펀치를 여러 차례 맞고 쓰러졌으며, 인근 서귀포의료원으로 이송돼 긴급 뇌수술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대한체육회의 자체 조사 결과 대한복싱협회는 ▲안전관리계획 미수립 ▲비상연락망 미구축 ▲응급체계 미비 ▲사건 보고 및 초기대응 부실 등 기본적인 안전관리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구급차의 바이털 기기와 사이렌이 작동하지 않았고, 병원 이송 과정에서도 응급실 위치 착오로 지연이 발생했다.

 

특히 경기장에는 의료진이 배치되지 않았으며 사고 당시 세컨드(코치)로 나선 인물은 2025년도 지도자 등록을 하지 않은 무자격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대한복싱협회 경기규칙에서 명시한 ‘의사 또는 간호사 배치 의무’와 ‘자격 지도자 의무 등록 규정’을 모두 위반한 것이다.

 

사고 직후 B군의 아버지는 대회 진행에 항의하며 링 위로 올라가 자해해 병원으로 옮겨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서귀포경찰서는 지난달 10일 피해자 가족의 진정서를 접수해 내사에 착수한 뒤, 이달 초 사건을 제주경찰청으로 이첩했다. 제주경찰청은 “서귀포서에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증거를 면밀히 분석 중이며, 추가 입건 대상자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며 “조속히 사실관계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