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자백했음에도 실형이 선고됐다면

형식적 자백과 진심 어린 반성 달라
겉모습만 갖춘 자백은 변명으로 들려
항소심에서 진심을 담아 반성한다면
향후 재판부 판단도 달라질 수 있어

 

“1심에서 자백했는데도 실형이 선고되었다면, 항소심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석방되거나 감형받을 수있을까?”많은 분들이 선처와 감형의 기대를 갖고 항소를 결심한다.

 

하지만 막상 항소장을 제출하고 나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1심에서 합의나공탁을 하지 못한 경우라면 항소심에서 새로 합의하거나공탁을 하면 유리하게 참작될수 있지만, 단순 음주 운전이나 무면허 운전처럼 피해자가 없는 사건에서는 이런 요소가 참작 요소로 발휘되기엔 제한적이다.

 

특히 1심에서 이미 자백까지 한 분들은 특히 더 막막함을 느끼곤 한다. 나는 검사 시절 항소심에서‘형을 높이는 역할’을 맡았다. 피고인의 항소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형을 가중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그 과정에서 재판부가 어떤 점을 유심히 보는지를 몸으로 익혔다.

 

그리고 이제는 그 시각을 피고인의 입장에서 완전히 뒤집어보고 있다. 과거 검사로서 냉정하게 판단했던 그 기준들을 선처와 감형의 기회로 바꾸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초 수사기록부터 다시 읽고, 사건의 흐름을 다시 정리하며, 1심에서 관과된 사실관계나 양형사유를 세심하게 짚어내 재판부가 사건을 다시 볼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것이 내 업무의 핵심이다.

 

오늘은 항소심 과정 중 많은 분들이 혼동하는 ‘형식적 자백’과 ‘진심 어린 반성’의 차이를 말해보고자 한다. 검사로 근무하며 수많은 항소 사건을 다루는 동안 ‘자백은 모두 같지 않다’는 사실을 수없이 확인했다.

 

유리한 양형으로 이어지는 진지한 반성과 반성의 겉모습만 갖춘 형식적 자백은 분명히 다르다. 내가 변호사로 선임되어 처리했던 한 음주운전·무면허 운전 사건을 예로 들어보면, 의뢰인은 1심에서 범행을 모두 인정했음에도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되었고, 그 뒤 접견을 요청해 왔다.

 

기록을 면밀히 살펴보니 이분은 수사 단계부터 “운전한 차량이 내 명의가 아니다. 남의 차를 잠시 빌려 탔다” 라고 진술하고 있었고, 그 진술을 1심까지 유지했다. 이 내용은 언뜻 보면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는 자백처럼 보이지만 재판부의 시각에서는 ‘여전히 변명을 하는구나’ 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즉 단순한 사실관계 설명이 아니라 ‘정황상의 변명’으로 들릴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았다. 나는 검사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뢰인에게 객관적으로 설명했다.

 

“기록을 검토해 보니 재판부가 차량의 실제 사용자가 누구인지 모를 리 없습니다. 숨기려는 태도는 오히려 불리합니다” 이 사건 항소심에서 나는 의뢰인이 운전 경위 전반을 처음부터 솔직하게 이야기하도록 했다. 왜 수사 단계와 1심에서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는지, 그때 마음 상태가 어땠는지까지를 담아 정리했다. 재판부는 의뢰인의 태도가 1심과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확인하고 그 변화와 태도를 높게 봤다.

 

결국 의뢰인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어 즉시 석방되었다.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자신의 잘못을 구체적으로되짚는 일은 고통스럽고, 때론 부끄럽다. 하지만 나는 의뢰인에게 ‘재판부는 변명 없는 반성’ 을 볼 때 마음이 움직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고인이 한 걸음 물러나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까지 설명하는 순간 그것이 바로 진심 어린 반성으로 전환되는 지점이다. 많은 피고인들이 (1) 1심에서부인하다가 항소심에서 자백하거나, (2) 1심에서 못한 합의나공탁을 항소심에서 진행하면 형이 가벼워질 수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미 1심에서 자백까지 한 상태라면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몰라 답답할 때가 많다. 그럴수록 수사기록부터 차분하게 다시 살펴봐야 한다. 그러다 보면 1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이 보인다. 자백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자백에 진심이 담겨있느냐이다. 형식적인 자백에 그친 경우는 재범 가능성과 연결되기 때문에 재판부가 유리한 양형사유로 삼기에 주저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1심에서 자백을 했더라도 그 자백이 형식적이었다면 항소심에서는 진심 어린 반성을 통해 재범 가능성을 포함해 사건을 다시 판단받을 수 있다. 재판부는 형식적인 말보다 태도의 변화를 본다. 1심에서 자백했음에도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니다.

 

진심은 결국 전해지는 것이니 포기하지 말고 수사 초기 단계부터 다시 천천히 살펴보기를 권유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