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금 5만 원씩 내면 압류 피한다?”…법조계 “사실과 달라”

법원·검찰 집행 구별해야…압류 불복 절차 전혀 달라
생계비 보호 규정 확대 해석러…실제 보호 범위 제한적

 

최근 범죄수익 환수 기조가 강화되면서 교정시설 내 수형자들에게 수억 원대 추징금이 부과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교정시설에서는 “추징금도 매달 5만 원씩만 내면 영치금 압류를 피할 수 있다”는 인식이 일반화돼, 검찰 실무 관행이 마치 제도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는 이러한 인식은 일부 관행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한 것에 불과하며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16일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A씨는 <더 시사법률>에 “징역 1년 6개월과 함께 추징금 7억 원이 병과돼 한 달 전 납부고지서를 받았다”며 “영치금 압류를 피하려면 매달 5만 원씩 납부하면 압류를 피할 수 있다고 들어 검찰이 알려준 계좌로 송금해왔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사건이 서울 A검찰청에서 B검찰청으로 이첩되면서 기존 계좌번호와 징제번호가 모두 변경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기존 계좌로 송금한 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새 검찰청에 다시 문의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며 “또 예금 1185만 원 이하 잔액은 압류가 금지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치소 영치금도 동일하게 보호되는지, 압류가 된다면 어디에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사건이 이첩된 경우 기존 계좌로 납부를 계속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형사소송법 제477조는 추징금 집행을 검사에게 맡기고 있고 검찰은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 집행사무규칙’에 따라 사건별로 집행 절차를 운영한다.

 

사건이 다른 검찰청으로 배당되면 새로운 계좌번호와 징제번호가 부여되며 기존 가상계좌는 폐쇄되거나 효력을 잃기 때문에 정상적인 납부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교정시설 내에서는 “예금잔액 185만 원 이하면 압류가 불가능하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법령과 실무 해석이 혼재된 오해라는 지적이다.

 

민사집행법 제246조는 채무자의 1개월 생계유지를 위해 필요한 금액을 압류금지 예금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현재 시행령 기준은 185만 원이다. 과거 기준인 150만 원에서 2019년 개정으로 상향된 것이다.

 

다만 이 금액이 단순 잔액 기준으로 자동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2022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압류금지 예금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며, 압류명령 송달 이후 향후 입금되는 금액도 사정에 따라 압류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185만 원 보호는 월말 잔액 기준으로 제한적으로 적용된다”며, 실제 생활비 충당 계좌인지 여부를 매 입금 시점마다 따져야 한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계좌 전체 입·출금 내역과 사용 용도를 종합 검토해 최종적으로 월말 잔액 중 1,857원만을 압류금지 재산으로 인정했다. 반복적인 고액 입·출금이 있다면 ‘생계비 계좌’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영치금도 예금채권의 하나로 분류되는 만큼 압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다만 실제로 영치금이 수용자의 최소한의 생계비로 기능하는지 월별 입·출금 내역에 따라 보호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잔액 185만 원 이하면 압류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은 법원 판단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추징금 미납으로 예금채권 등이 압류된 경우 불복 절차는 집행 주체에 따라 달라진다. 법원이 채권압류·추심명령을 통해 집행한 경우에는 법원에 압류금지채권 범위변경 신청 또는 즉시항고를 제기해야 한다.

 

반면 검사가 국세체납처분 방식으로 직접 압류를 진행했다면 관할 검찰청에 이의신청을 해야 하고, 기각될 경우 무효확인소송이나 취소소송 등 행정소송 절차로 진행할수 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매달 5만 원씩만 내면 영치금 압류를 피할 수 있다거나 예금 잔액이 185만 원 이하면 압류가 안된다”는 말은 법 조문과 판례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오해”라며 “사건이 이첩되면 반드시 새로운 계좌·징제번호를 확인하고, 실제 압류가 발생한 경우에도 법원 명령인지 검찰 처분인지부터 구별해 적절한 불복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내년 2월부터는 전 국민이 1인 1개의 ‘생계비 계좌’를 개설해 기존 185만 원에서 월 250만 원까지 압류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법무부는 생계비 보호 강화를 골자로 한 ‘민사집행법 개정안’을 지난달 28일 입법 예고했으며 해당 제도는 내년 2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