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모르게 필로폰 운반…법적 책임은?

 

 

2024년 1월 17일 A씨는 일본 오사카에서 중국 국적의 C씨에게 1만 엔을 건네고 필로폰 0.2g을 불법 구매했다. 다음날 오후, A씨는 필로폰을 심어둔 볼펜을 아내를 통해 B씨에게 전달했다.

 

B씨는 볼펜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A 씨는 자신이 필로폰을 투약했단 사실을 직장에 알려 퇴직하게 만든 사람이 B 씨라고 생각해 앙심을 품고 범행을 꾸몄다.

 

같은해 1월 24일 자정을 지나 인천국제공항경찰단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신고자는 40대 남성 A씨. 지인 B씨가 “볼펜 심에 필로폰을 숨겨 한국으로 입국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B씨는 마약을 산 적도, 소지한 적도 없는 피해자였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결론적으로 처벌 대상은 A씨뿐이며, B씨는 범죄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향정신성의약품의 ‘수입’ 행위를 엄격히 처벌한다. 직접 밀반입하지 않더라도, 범죄 사실을 모르는 제3자를 이용해 국내 반입을 실행했다면 형법 제34조가 정한 ‘간접정범’으로 정범과 동일하게 처벌된다.

 

A씨는 일본에서 필로폰을 구매한 뒤 이를 B씨가 모르는 상태에서 볼펜에 숨겨 귀국하도록 유도했다. 판례는 이처럼 계획·준비·반입 과정 전체를 주도했다면 ‘확정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본다. 결국 A씨의 행위는 간접정범에 의한 마약류 수입죄에 해당한다.

 

반면 B씨는 마약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으므로 고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마약류 범죄에서 고의는 필수적 요건이기 때문에, 범죄 도구로 이용된 B씨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A씨에게는 무고죄도 성립한다. 형법 제156조는 타인을 형사처분 위험에 빠뜨릴 목적으로 공무원에게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을 규정한다. A씨는 “필로폰을 숨겨 입국했다”는 허위 신고를 직접 했고, 그 결과 B씨는 무기 또는 장기 징역형이 예정된 중죄 혐의에 노출될 뻔했다. 재판부는 “피무고자에게 생길 위험의 정도가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두 범죄는 보호법익이 달라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어 각각 처벌된다. A씨가 범행을 자백하고, 실제로 B씨가 기소되지는 않았다는 점은 정상 참작 요소로 고려됐다. 그러나 고의적으로 중죄를 뒤집어씌운 범행의 악질성을 감안하면 실형 선고가 일반적이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B씨는 범행 과정에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 피해자이므로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재판부는 “무고죄는 국가 형사사법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할 뿐 아니라 피무고자를 중대한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시키는 범죄”라며 “A씨가 B씨에게 씌운 ‘필로폰 수입’ 혐의는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인 중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이로 인해 B씨가 실제 기소되지는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