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마약사범 배달·택시 취업제한…재범 방지책 역효과 ‘우려’

마약사범 직업 단절 문제 가시화
국토부 “시행 초기…신중 검토”
전문가 “과도한 취업제한 불합리”

 

국토교통부가 올해 1월 교통약자법·생활물류서비스법 개정에 따라 성범죄자와 마약사범 등 강력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의 특별교통수단·배달업 종사 제한을 시행했다.

 

재범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지만 성범죄자와 달리 마약사범에게도 취업제한을 하는 것은 오히려 재범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된 교통약자법 시행령은 성범죄·마약사범 등 강력범죄 전력이 있는 이들의 장애인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 취업을 최대 20년까지 제한한다.

 

이를 고용하는 기관은 관할 경찰서를 통해 결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범죄 유형별 취업제한 기간은 △살인·인신매매·성범죄 20년 △절도 상습 18년 △대마 사용 10년 △마약 취급 허가증 대여 6년 △마약류 취급 위반 2년 등으로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 이 기준은 특별교통수단뿐 아니라 배달업·대행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에 따라 플랫폼 기업 및 배달대행업소 역시 종사자의 범죄경력을 경찰청을 통해 의무적으로 조회해야 한다.

 

국토부는 시행령 개정에 대해 기존 성범죄·마약사범에게 택배업을 취업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유사한 직종인 배달도 추가로 제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러한 조치가 기존 규정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더시사법률>과의 통화에서 “택배업의 경우 이미 성범죄·마약 전력자 취업제한 규정이 있었고 배달업도 유사 직종이기 때문에 같은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며 “배달업만 예외를 둘 수는 없으며 화물·운수 등 유사 업종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마약사범 다수가 저학력·취약계층이라는 현실이다. 이들에게 취업 기회가 막히면 다시 마약 범죄로 회귀할 위험이 커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마약사범 수형자는 2019년 3,574명에서 지난해 6,628명으로 85.5% 증가했다. 한 마약사범은 <더시사법률>에“수용실에 모이면 마약 얘기나 누가 얼마에 약을 구해왔는지 같은 정보가 끊임없이 오간다”며 “사회에 나가서 취업까지 막히면 결국 다시 마약매매로 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교정직 관계자도 “마약사범은 유통 구조를 이미 알고 있어 한 번 재범하면 악순환이 빠르게 고착된다”며 “취업 기회 자체가 차단되면 ‘마약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성범죄는 접촉 위험을 차단하는 규제가 필요하지만, 이를 마약사범에게까지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재범률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증가하는 마약사범에 대응해 단계별 단약·재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심화 과정은 안양·군산·진주·경북1교도소 등 4개 시설에서만 시행 중이며, 회복이음 과정은 화성직업훈련교도소·부산교도소·청주여자교도소·광주교도소·대구교도소 등 5개 마약사범 재활전담교정시설에서 운영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회복이음 수료자의 단약효능감은 62.9점에서 80점으로 상승했고, 우울·불안 지표는 11.5점에서 7.3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마약사범 재복역률은 2024년 기준 32.1%로, 3명 중 1명이 다시 교도소로 돌아오고 있다. 교정 현장에서는 “내부 재활로 아무리 단약 효과를 높여도 사회에서 생계를 유지할 수단을 막아버리면 재범 예방 효과는 반감된다”고 지적한다.

 

국토부는 제도 변화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 기간이 짧아 실제 운용상의 문제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며 “아직 사례가 축적되지 않은 만큼 완화나 조정은 검토 단계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입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재범 기제와 취업제한의 인과관계는 이미 교정·범죄심리 분야에서 다수의 연구로 입증된 영역”이라며 “통계가 없다는 이유로 위험을 외면한 채 제도 개선 논의를 미루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수형자의 재사회화는 형사정책의 핵심 목표인 만큼, 과도한 직업 접근 제한은 형벌의 부수적 효과를 넘어 구조적 낙인과 사회적 격리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신중함’은 단순한 시간 경과가 아니라 전문적 근거에 기반한 정밀한 위험평가를 의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