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코파이 한 개, 커스터드 한 개. 얼마 전, 고작 1050원어치 간식이 한 사람의 운명을 뒤흔든 사건이 있었다. 금액만 놓고 보면 “이게 정말 뉴스에 오를 일인가?” 하는 의문이 먼저 들 것이다. 그러나 변호사의 시각에서 보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 사안이야말로 형사 사건이 왜 늘 어려운지, 왜 기록만 보고 판단할 수 없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처음 사건을 접했을 때 느낀 감정은 당혹감일 것이다. “이 정도를 절도라고 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법률가가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은 조금 다르다. 형법상 절도죄는 단순한 구조를 가진 범죄다. 타인의 재물을 소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불법영득의 의사로 가져가면 그 자체로 절도가 성립한다. 이 조문 어디에도 ‘금액이 적으면 예외’라는 문구는 없다. 법은 언제나 구성요건을 기준으로 판단할 뿐, 일상의 상식이나 관행을 먼저 고려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겉보기에는 가벼워 보이는 사건조차 법리적으로는 무겁게 흘러갈 여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여기서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법이 포착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이번 사건에서 핵심적인 의미가 있는것은 바로 직장 내에서 형성된 관행이다. 항소심 단계에서 동료 직원 39명이 제출한 진술서는 이 사건의 향방을 가른 중요한 자료였다. 39명 전원이 “우리도 간식을 먹었다”, “회사 분위기상 자연스럽게 허용된 일종의 복리후생처럼 여겨졌다”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동료 직원에 대한 선처를 바라는 감정적 호소가 아니다. 그것은 해당 직장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규범이 작용하고 있었는지, 구성원들이 어떠한 인식을 공유했는지를 보여주는 객관적 근거다.
절도죄는 ‘허락 없이 취득하였는가’가 핵심 쟁점이다. 그러나 구성원 모두가 묵시적 허용의 문화를 누리고 있었다면, 그 문화 자체가 불법영득 의사의 존재를 흔들어 놓는다. 즉 행위자의 인식과 목적을 평가하는 데 있어 관행은 매우 강력한 정황이 된다. 변호사라면 누구나 이 지점을 가장 먼저 점검한다. 구성요건이 충족되는지는 때로 그 집단에 자리 잡은 관행 하나로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만 보면 이 사건은 유죄로 흐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냉장고는 회사 소유이고, 간식 역시 회사 비용으로 구입한 물품이다. 기록에는 그저 ‘회사의 재물을 가져갔다’는 사실만 존재한다. 그 안에 관행도, 묵시적 허용도, 구성원들의 일상적 행태도 적혀있지 않다. 기록은 늘 건조하고, 생략이 많다. 그래서 변호사는 기록을 읽을 때 기록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 오히려 기록에 없는 것을 찾는다. 이게 전부인가? 빠진 사실은 없는가? 같은 행동을 한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 변호사의 첫 번째 임무는 바로 그 ‘기록 너머의 현실’을 복원하는 일이다. 이번 사건의 39명 진술서는 기록에서 지워져 있던 맥락을 법정으로 가져온 결정적 자료였다.
그렇다면 질문은 다시 하나로 돌아온다. “이 직원이 정말로 절도 전과자가 될 만큼의 비난 가능성을 가진 행위를 한 것인가?” 변호사는 바로 이 지점을 법원에 제기한다. 그것은 단순히 형법 조문을 해석하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형벌권이 행사되는 것이 정당한지, 형사처벌이 사회적으로나 법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본질적 물음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을 통해 그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형사 변호를 하다 보면 금액이 작은 사건이라고 해서 의뢰인의 삶에 작은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자주 확인한다. 이번 사건에서도 피고인에게 중요한 것은 벌금 액수가 아니었다. 절도 전과로 인해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로 인해 생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훨씬 더 큰 걱정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작은 사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번 항소심의 무죄 판결은 단순한 온정적 판단이 아니다. 회사 관행상 허용된 영역이었고, 가져간 목적 역시 불법영득이 아니라는 점이 명확히 인정되었다. 다시 말해, 법률상 절도의 구성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이 판결이 말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작은 절도는 봐주자”가 아니라 “절도가 아닌 것은 절도가 아니다”라는 것. 이는 형사 법리의 기본 원칙이자 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확인한 결론이다.
초코파이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법은 현실보다 단순하고, 현실은 법보다 복잡하다. 그러나 법은 우리 삶에서 분리된 채 존재할 수 없다. 작아 보이는 사건 속에도 한 사람의 직장, 생계, 명예, 가족, 미래가 모두 걸려있다. 그렇기에 변호사는 늘 기록의 밖을 살핀다. 그리고 법원은 그 현실을 포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정의에 가까워진다. 이번 사건이 남긴 의미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