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이 전부였던 창원 택시기사 살인사건... 16년 만에 다시 법정에

살인혐의 무기수 우즈벡인 아크말
강압 수사·허위 자백 근거 재심 청구

 

2009년 3월 25일 오전 경남 창원 명서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 세워진 택시 안에서 50대 기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는 당시 58세였던 강선길 씨였다. 그는 차량 뒷좌석에 쓰러져 있었고 목 부위가 공업용 커터칼로 깊게 절단된 상태였다.

 

경찰은 차량 내부와 주변을 정밀 수색했지만 용의자를 특정할 뚜렷한 지문이나 DNA를 확보하지 못했다. 인근 CCTV 수백 곳을 확인했으나 택시의 정확한 이동 경로는 특정되지 않았다. 수사팀이 주목한 단서는 운행 기록이 남아 있던 타코미터였다.

 

분석 결과 범인은 3월 24일 밤 9시 50분쯤 시내에서 강씨의 택시에 올라 시외 지역으로 가자고 한 뒤 약 30분 후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됐다.

 

 

그해 7월 인근 지역에서 또 다른 택시 강도 사건이 발생했다. 새벽 시간 흉기로 기사를 위협해 트렁크에 가둔 뒤 현금을 빼앗은 3인조가 검거됐다. 이들은 우즈베키스탄 출신 외국인들로, 경찰은 이들 가운데 19세였던 보조로브 아크말을 창원 택시 기사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

 

아크말은 7월 강도 사건은 인정했지만 3월 살인 사건은 부인했다. 그러나 두 차례 조사 뒤 자백이 나왔다. 그는 명곡교 인근에서 택시에 오른 뒤 미리 준비한 커터칼과 빨랫줄로 기사를 공격하고 차량을 이동시켰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아크말에 대한 강도살인과 상해 혐의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로부터 그는 16년째 복역 중이다. 당시 수사 기록에는 한국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고 적혀 있었지만 지인들은 한국어 실력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통역 지원이 충분했는지 여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사건 기록에는 그가 한글로 작성한 진술서도 포함돼 있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당 문서가 사실 관계 중심으로 정리돼 있을 뿐 감정 표현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그의 언어 능력으로 이를 스스로 작성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2023년 재심 전문으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는 아크말의 편지를 접한 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제보했다. 아크말의 자백이 강압 수사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아크말은 조사 과정에서 불법 체류 중이던 가족을 거론하며 압박을 받았고 혐의를 인정하면 조기 송환을 도와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2023년 재심 전문으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는 아크말의 편지를 접한 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제보했다. 아크말의 자백이 강압 수사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아크말은 조사 과정에서 불법 체류 중이던 가족을 거론하며 압박을 받았고 혐의를 인정하면 조기 송환을 도와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시 수사에 참여한 형사들은 한국어를 잘하는 아크말이 DNA 확보 가능성을 언급하자 자백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가족 문제를 언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수사 기법의 일환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의자 입장에서는 강한 심리적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타코미터 기록도 재검토 대상이 됐다. 복원 작업을 통해 속도와 이동 경로를 재구성한 결과 자백 내용과 실제 운행 패턴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전문가는 미터기 훼손 방식이 운행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의 행위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설령 그가 범인이라 하더라도 수사 단계에서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한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장 검증이 두 차례 진행되는 과정에서 범행 내용이 일부 달라진 점도 논란이 됐다.

 

지난 9월 아크말이 제기한 재심 청구에 대한 첫 심문이 열렸다. 아크말의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인은 자백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였다고 주장한다. 19세 외국인이 취약한 지위에서 충분한 방어권 보장을 받았는지 법원이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6년 전 창원 골목에서 벌어진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논쟁 속에 있다. 재심 절차는 당시 수사가 적법하고 공정했는지부터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