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명예훼손, 주된 동기가 공익이면 불법 아냐”

 

명예훼손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사익적 동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대법원이 재확인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국립중앙박물관 청소업무 현장관리자였던 A씨가 청소 근로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조사결과 A씨는 2020년 7월 자신이 관리·감독하던 B씨로부터 15만 원 상당의 양주 1병을 받았다. 당시 B씨는 양주를 전달하기 전날 A씨에게 전화해 “양주 1병을 사물함에 넣어둘 테니 미리 열어 달라”고 말했고, A씨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B씨는 “몰래 사물함에 두겠다”며 “돌돌이(청소 장비) 사용법은 안 가르쳐줘도 된다”고 답했다. 당시 B씨는 해당 장비 사용법을 외부 기관에 150만 원을 지급하고서라도 배워야 할지를 고민하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씨는 노조 사무실에서 “A씨가 청소 장비 사용법 교육 대가로 양주 상납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양주를 제공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후 노조 간부들의 진정이 제기되면서 A씨와 B씨는 2020년 11월 청렴의무 위반을 이유로 각각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A씨는 이후 B씨의 허위 발언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은 “B씨가 A씨의 상납 요구에 따라 양주를 제공한 것이 아님에도 이를 사실인 것처럼 알렸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은 명예훼손 불법행위 책임과 위법성 조각 사유에 관해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판단을 했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해당 사실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다”고 전제한 뒤,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동기가 내포돼 있더라도 공익을 위한 행위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두 사람 간 대화의 전체적 맥락을 고려할 때, 양주 제공이 청소 장비 사용 교육과 결부돼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B씨의 발언을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청소 장비 교육 대가로 금품이 제공됐다는 의혹은 박물관 공무직 직원의 위법 행위나 도덕성과 관련된 사안으로, 소속 집단의 공공의 이해에 관한 문제”라며 “설령 B씨가 교육을 받지 못한 데 대한 불만에서 발설한 측면이 있더라도 이는 부수적인 사익적 동기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