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안녕하세요. 얼마 전 기사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법정 증언이라 하더라도 증거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을 접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어 질문드립니다. 저는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공범 3명과 함께 수사기관에 적발되었습니다. 이 중 공범 2명은 먼저 체포되었고, 저는 도주하였다가 약 4년 뒤 검거되었습니다. 공범 2명은 해당 사건으로 각각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압수당한 휴대전화에서 성관계 영상이 발견되었고, 해당 영상은 저를 포함한 3명이 여성 1명을 강간하고 그 장면을 촬영한 내용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공범 2명은 성범죄 혐의로 추가 기소되어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해당 판결은 현재 확정된 상태입니다.
이후 재판 기록을 확인해 보니, 공범 2명은 해당 성범죄 사건의 법정에서 저를 주범으로 지목하며 범행 전부를 인정하는 진술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저는 약 4년간 도주하다가 검거된 이후, 보이스피싱 사건뿐만 아니라 위 성범죄 사건으로도 추가 기소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압수수색 영장 없이 확보된 영상은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 능력이 없다고 알고 있는데, 이 사건 처럼 공범 2명이 이미 법정에서 진술을 하였고 그 판결이 확정된 경우 이를 근거로 저에게 성범죄 혐의를 물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베테랑 이슬기 변호사입니다. 형사재판에서는 수사 기관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집한 증거만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원칙이 적용됩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일반적으로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수사의 적법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원칙입니다. 이에 따라 압수수색영장 없이 확보된 휴대전화 속 영상이나 사진은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영장 없이 휴대전화를 탐색하거나, 영장은 발부되었더라도 그 범위를 벗어나 저장된 파일을 확인하여 발견한 성관계 영상 등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경우 해당 영상 파일 자체는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그 영상을 전제로 작성된 수사보고서, 영상 내용을 근거로 한 피의자신문조서 등도 2차적 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위법수집증거가 존재한다고 하여 그로부터 파생된 모든 증거가 일률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법원은 이른바 ‘독수독과이론’을 무제한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위법수집증거와 이후 확보된 증거 사이의 인과관계가 실제로 유지되고 있는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거나 절차가 개입되면서 희석되거나 단절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판단의 핵심은 단순히 “수사의 출발점이 위법하였는지”에 있지 않고, 이후에 확보된 증거가 그 위법한 증거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영향력이 계속 미치고 있는지 여부에 있습니다. 이를 실무에서는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 여부’ 라고 표현합니다. 인과관계가 실질적으로 단절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후의 증거에 대해 증거능력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 기준이 특히 문제 되는 부분이 공범의 법정 진술입니다. 공범이 수사기관에서가 아니라 공개 된 법정에서 선서한 후 자신의 기억과 판단에 따라 범행 경위와 공범 관계를 진술한 경우, 해당 진술은 위법 하게 수집된 영상과는 별개의 독립 된 증거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때 법원은 그 진술이 위법수집증거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독립적인 판단의 결과인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위법하게 확보된 영상을 근거로 수사 과정에서 강한 압박이나 회유가 있었고 그 결과 공범이 마지 못해 진술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라면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반면 수사 절차가 상당 부분 종료된 이후, 시간적 간격을 두고 법정에서 선서 후 이루어진 진술이며,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라면 위법수집증거와의 인과관계가 상당 부분 희석되거나 단절되었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공범이 먼저 재판을 받아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판결의 효력이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판결의 기판력은 해당 사건의 피고인에게만 미치므로, 공범 재판에서 특정인이 주범으로 지목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에게 자동으로 유죄가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공범 재판에서 이루어진 법정 진술은 이후 다른 피고인의 재판에서 증거자료로 제출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법원은 해당 진술이 위법수집증거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는지, 다시 말해 인과관계가 실질적으로 단절되었는지를 개별 사건의 기록과 정황을 토대로 판단하게 됩니다.
한편 공범의 진술은 그 성질상 자신의 책임을 경감하려는 동기가 개입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법원은 공범 진술의 증명력을 엄격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공범의 진술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고, 반드시 이를 보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합니다.
피해자의 진술, 통신 기록, 위치 정보, 범행 전 후의 객관적 정황 등이 공범 진술과 상호 부합할 때에만 유죄 판단이 가능하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제기된 질문에 대한 결론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압수수색영장 없이 확보된 성관계 영상은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공범들이 법정에서 한 진술이 위법수집된 영상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성과 자발성을 갖추었다고 평가되는 경우에는 증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공범 재판의 확정판결이 곧바로 다른 사람의 유죄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그 재판 과정에서 이루어진 법정 진술은 인과관계의 희석·단절 여부와 보강증거의 존재에 따라 성범죄 혐의 인정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법수집증거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위법성이 이후의 증거에까지 실제로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이며, 그 영향이 실질적으로 차단되었는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이는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기록과 증거 관계를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