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건이 중첩된 누범 사건, 반드시 합의를 해야 할까?

 

Q.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수원지방법원에서 항소심을 진행 중입니다.

 

1심에서는 각 형이 선고되었고, 구체적인 범죄 사실 및 합의 여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A사건에서는 1억6천만원 피해금이 발행했고 미합의 했습니다. B사건은 2천7백만원 피해금, 미합의, C사건은 6천5백만원 피해금에 합의했으나 앞선 A~C 사건 관련 누범 가중으로 2년 2개월을 선고 받았습니다.

 

D사건은 1억1천만원 피해금에 합의하였고, E사건은 8천5백만원 피해금, 미합의됐습니다.  D~E 사건 관련 누범 가중으로 1년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F·G·H사건의 경우 집행유예 전력으로 병합되었고,  누범 집행유예 기간 관련 8개월, 현재 항소심에서 100% 합의 완료하였습니다. 

 

검사의 구형은 징역 10년이었고, 1심 선고 결과는 징역 3년 8개월이었습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항소심에서 A·B·E 사건에 대해 추가로 합의를 진행할 경우 감형 가능성이 어느정도 있는지입니다. 주변에서는 “누범 사건의 경우 피해자 전부와 합의하더라도 감형 폭이 크지 않고, 많아야 6개월 정도에 그치므로 굳이 큰 비용을 들여 합의를 할 실익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정말로 누범 사건에서는 피해자와의 합의서가 양형에 미치는 영향이 일반 초범 사건에 비해 현저히 제한적인지, 현재와 같은 사건 구조에서 일부 미합의 사건(A·B·E)을 추가로 합의할 경우 실질적인 감형 가능성이 있는지,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수준으로 감형 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해 전문가적인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누범이라는 사정이 합의의 효력을 어느 정도까지 제한하는지, 그리고 항소심에서 기대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감형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도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석상의 조범석 형사전문 변호사입니다.

 

질문하신 내용은 형사실무에서 종종 발생하기도 하고, 또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답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 질문의 경우 “현저히” 라는 표현이 상당히 추상적이기 때문에 “질문자님의 상황에서 추가 합의를 하더라도 초범 사건에 비하면 그 합의의 효력이 현저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단정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실무적으로 보면,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이나 누범 또는 범죄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동종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형사합의를 하더라도 첫 번째 범행으로 재판을 받을 때만큼 합의가 유력한 감경사유로 작용하지는 않는 것이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합의를 이유로 무조건 선처해 준다면, ‘어떤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합의만 하면(피해회복만 되면) 선처받을 수 있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이 만연 하게 될 수 있고, 이는 법관들이 가장 경계하는 현상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종 누범 자체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사기범죄 양형기준(2011. 3. 21. 의결, 2025. 3. 24. 수정, 2025. 7. 1. 시행)상 형의 가중적 요소인 것과 별개로 ‘상당한 피해회복’ 역시 독자적인 형의 감경 요소이기 때문에 피해 회복은 어떤 경우에도 유의미한 양형 사유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누범 기간 중 범행이라고 해서 피해회복을 그 자체로 감경사유에서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1심에서 미합의된 건의 경우에도 합의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보이는 것이 항소심 재판에서 형을 감경받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두 번째 질문인 실질적인 감형 가능성 여부에 관한 질문 역시 마찬가지로 “실질적”이라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백 퍼센트 만족할 만한 답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피해자의 실질적인 피해회복의 수준에까지 이른것으로 판단된다면 유의미한 감경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점은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참고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에서는 실질적인 피해회복의 의미에 대해 ‘재산적 피해만 발생한 경우에는 그 손해액의 약 2/3 이상으로 피해를 회복시키거나 그 정도의 피해 회복이 확실시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고 규정하고 있으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니 참조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때 단순히 합의 여부뿐만 아니라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진정성 있는 사과 여부, 피해자의 반응, 피해금원을 마련한 경위, 합의를 위한 노력) 이나 합의금액(가령 피해액이 1억원 일 때 합의금이 3천만원인 경우와 8천 만원인 경우 양형에 차등을 두는 것이 ‘인지상정’일 수 있습니다) 등이 모두 종합적으로 양형과 감경에 고려될 수 있습니다.

 

형사실무 현장에서 많은 분들이 합의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감경 내지 선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가 낭패를 보거나 좌절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러나 형사전문 변호사로서 수사나 재판단계를 불문하고 피해자가 있는 사건을 맡아 변론하면서, 피해자와의 합의 및 처벌불원이라는 결과는 물론이고 합의에 임하는 피고인의 의사나 태도, 피해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수사기관이나 재판부에 보여줌으로써 유의미한 감경과 선처를 받아낸 경험이 다수 있습니다.

 

세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특정 형량을 집어서 그 성사 가능성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범행에 대한 인식 정도나 범행의 행위태양,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등 양형에 참작될 수 있는 요인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합의 여부라는 한 개의 요소만으로 질문자의 현재 상황에서 2년 이상 감경이 가능한 지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앞선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합의 여부 사실 자체뿐만 아니라 합의 경위 등도 양형에 고려될 수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 이처럼 형을 정할 때 참작하는 점들은 단순히 정량적인 요소들 뿐만 아니라 수치화하기 어려운 질적인 요소, 즉 정성적인 요소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원심에서 받은 형량과 현행 사기범죄에 관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등을 고려할 때, 징역 1년 6개월까지 감경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는 합니다. 항소심에서 양형에 관한 원심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법원의 확립된 관행이라는 점과 대부분의 법관들이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 이외에 추가적인 사항을 말씀드리자면, 피해자와의 합의나 피해회복 여부는 형 확정 후 추후 가석방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법무부 예규인 ‘가석방 업무지침’ 에도 가석방 적격심사 신청 서류 관련하여 구체적인 피해회복 내역과 피해자의 감정에 대한 기재를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지침 제50조), 교정당국 입장에서도 가석방 심사 시 피해회복이 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보다 허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부합한다고 볼 여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상의 답변이 궁금증 해소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인신구속, 나아가 한 사람의 운명이 걸려있는 사안에 있어 전문적이고 검증된 의견을 판단의 기초로 삼으시기를 기원하면서 답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