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사법 절차로 넘어갈 때마다 사법부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도 반복된다. 특히 대통령 관련 사건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에서는 정치적 갈등이 법정으로 옮겨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을 지낸 법무법인 안팍 김영훈 변호사는 “사법부의 신뢰는 결론이 아니라 과정에서 나온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통해 법적 판단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탄핵 심판과 형사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두 절차는 목적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독립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적 해석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의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영훈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최근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면서 정치적 갈등이 사법 영역으로 옮겨왔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번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A. 구체적인 사건의 시시비비에 대해 입장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기도 하고 법률가로서 재판 외부에서 특정 결론을 예단하는 것은 사법 절차에 대한 신뢰를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원칙적인 차원에서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어떤 사안이든 법 앞에서는 동일한 절차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건의 정치적 무게나 사회적 파장이 크다고 해서 그 원칙이 달라져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일수록 수사와 재판이 정치적 논리가 아닌 법적 논리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될 때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사회가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생각합니다.
Q. 탄핵 심판과 형사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에 대해서도 논쟁이 있습니다. 두 절차의 관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A. 두 절차는 목적과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탄핵 심판은 해당 공직자가 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헌법적 절차입니다. 형사 재판처럼 유죄와 무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직무 수행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반면 형사 재판은 구체적인 범죄 사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입니다.
따라서 탄핵이 인용된다고 해서 형사 책임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반대로 형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고 해서 탄핵 결정이 잘못된 것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두 절차는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여론이 두 절차를 혼동하거나 하나의 결과로 다른 절차를 재단하려는 시도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각 절차의 목적과 기준을 분명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사법부가 정치적 사건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절차적 엄격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사건일수록 결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에 어떤 과정을 거쳐 그 결론에 이르렀는지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법부의 신뢰는 결론보다 과정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증거에 근거해 판단하고 당사자에게 충분한 방어 기회를 보장하며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 이런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질 때 판결이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법적 판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절차가 흔들리면 결론이 아무리 타당하더라도 편향된 재판이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일수록 그 의혹은 더 크게 확대될 수 있습니다.
Q.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판결 이후 사회적 갈등이 오히려 깊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사법부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A. 먼저 사법부가 사회적 갈등 자체를 해소하는 기관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판결이 모든 갈등을 봉합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의 역할을 과도하게 설정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다만 갈등을 불필요하게 확대하지 않을 책임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핵심은 판결에 대한 충분한 설명입니다. 왜 이런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근거 없는 의혹이나 오해가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또 사법부가 어느 한쪽의 편을 든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절차의 일관성과 형평성이 유지될 때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 쪽도 최소한 과정은 공정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고 그것이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상 권한 행사라는 주장도 있고 한편에서는 헌정 질서를 훼손한 위헌적 행위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대통령의 권한 행사와 형사 책임의 경계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A.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원칙적인 차원에서는 설명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은 헌법이 부여한 권한입니다. 다만 헌법상 권한이라고 해서 언제나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권한에는 반드시 요건과 한계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헌법이 규정한 요건을 충족했는지 그리고 권한이 본래의 목적에 맞게 행사됐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형사 책임 문제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권한 행사가 위헌으로 판단된다고 해서 곧바로 형사 책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 책임은 고의성이나 범죄 구성요건 충족 여부 등 별도의 법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두 판단은 서로 연결될 수는 있지만 동일한 문제는 아니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헌법과 형사 법리를 통해 사법부가 엄격하게 판단해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에게 법률가로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시민들이 사법 절차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을 때 절차가 더욱 엄격하게 지켜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결론만이 아니라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도 함께 살펴봐 주셨으면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왔는지보다 그 과정이 공정했는지를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사법 신뢰는 결국 그 과정에 대한 신뢰에서 시작됩니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법적 절차를 통해 내려진 판단이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것이 법치주의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