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선임은 빠를수록 좋다

형사사건에도 ‘골든 타임’은 존재한다
조사실 들어선 순간부터 시계 움직여
한번 남겨진 진술은 쉽게 못 되돌려
뒤늦은 선임이 남기는 아쉬움의 실체

 

사무실로 찾아온 의뢰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아… 조금만 더 빨리 오셨더라면 좋았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막연히 ‘빨리 맡았으면 잘 풀렸을 사건’이라면서 의뢰인들에게 위로를 전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왜 더 빨리 오시지 않았느냐’며 뒤늦게 오신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 없음을 한스러워하는 것에 가깝다.

 

동명의 의학 드라마를 통해 많이 다뤄진 의학계 용어가 있다. ‘골든 타임(정확히는 ‘골든 아워’)’이라고 하는데, 환자가 중상을 입은 후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시간을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이 시간 내에 적절한 응급 치료가 이루어지면 중상을 입었더라도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반면 이 시간을 놓치게 되면 생존 가능성도 급감한다. 법조계에도 이런 ‘골든 타임’이 있다. 사건이 발생한 뒤 사건이 의뢰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게 도와드릴 수 있는 최적의 시간. 나는 그것이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오랫동안 끙끙 앓고 계시다가 뒤늦게 사무실을 방문한 의뢰인의 경우, 사건이 이를테면 많이 ‘망가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 이런 생각이 더욱 절실히 떠오른다. 다소 늦게 변호사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경찰 조사를 혼자 한두 번 받고 그 과정에서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생각해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았으나 이후에 사건 송치가 되었거나, 기소가 된 후 상황이 예상보다 쉽지 않게 돌아간다는 걸 느낀 경우다. 그제서야 뒤늦게 변호사를 찾아가 문을 두드리지만, 의뢰인과 마주한 필자의 마음속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왜 이렇게 늦게 오셨냐” 여쭤보면, 의뢰인들의 얼굴에는 대개 당혹감이 서린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커질 사건인 줄 몰랐다”고 대답하시곤 한다. 그 마음은 너무나 잘 이해한다. 처음에는 다들 ‘이게 그렇게 큰일이 되겠어’ 하고 안일하게 생각하곤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고 생각할수록 ‘사실대로 말하면 괜찮아지겠지’, 혹은 ‘선처받을 수 있겠지’ 하고 숨김없이 조사에 응한다. 주변의 말도 한몫한다. “내 주변 사람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잘만 해결되더라”라는 말을 듣다 보면 근거 없는 믿음이 생긴다.

 

최근 발달한 AI 기술을 통해 그럴듯해 보이는 법률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카페나 블로그, SNS, 각종 커뮤니티 등을 찾아보면 쉽게 유사 사건에 대한 정보를 구할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그 글을 보며 섣불리 안심하기도 하고, 글에서 알려준 대로 스스로 대응 방식을 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위험한 대응 방법이다. 성공 사례나 유사 판례의 결과가 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사건은 각각의 특징이 있고, 연루된 사람의 상황이나 사정, 범행 동기, 경과, 대응 등이 다르기 때문에 유사한 사례라고 해서 일관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더불어 앞선 사례에서는 유효했던 대응 방안이 내 사건에서도 반드시 약이 되는 방식이라고 할 수도 없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내게 독이 되는 대처를 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혼자 조사를 받으러 가서 조사실에서 한 말은 스스로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흘러나온 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상황을 충분히 돌아보고 증거를 파악할 여유도 없었을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나온 진술은 본인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고, 그 기록은 다시 사건을 더 불리한 방향으로 밀어넣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속도는 더 빠르다. 한두 문장으로 어쩌면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일이 결정되어 가는 것이다. 나중에 아무리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하고 설명하더라도 초기 진술을 바로잡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이유는 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내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어떤 주장을 언제 꺼내야 하고, 어디까지 말해야 좋을지를 개인이 혼자서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형사사건의 골든 타임은 그래서 사건 초기부터 시작한다. 수사가 진행되는 순간부터 ‘사건 시계’는 째깍대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곁에서 올바른 진술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사건의 흐름은 지금과는 다른 양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촉박하게 흘러가는 골든 타임을 잘 붙드는 사람이 결국 원하는 결과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사건에 연루되어 하루하루 초조함을 느끼고 계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께 드릴 수 있는 말씀은 한 가지다.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 가장 빠른 때입니다.” 그러니 이미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는 접어두고, 지금이라도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 골든 타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